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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월 30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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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 7개의 지역사무소가 설치돼 있는데 아직 동북아지역에는 인권 지역사무소가 없다. 동북아지역이 얼마나 인권 사각지대인지를 단적으로 설명해 준다. 세계 인구의 4분의 1이 사는 동북아에 아직도 개인의 인권이 국가 주권의 이름으로 일상적으로 침해되고 있다는 현실은 시대착오적이다.
따라서 한중일 3국과 몽골을 관장하게 될 인권 지역사무소가 하루빨리 설치돼야 하고, 그것도 한국에 설치돼야 마땅하다.
첫째, 국제사회에서 각종 유엔 산하기구의 책임을 중급 국가 대표에게 주로 맡기는 것은 강대국의 일방적 영향력을 제어하기 위한 지혜이다. 따라서 동북아지역 인권사무소의 최적지는 한국일 수밖에 없다. 중국은 인권 문제의 약점 때문에 조심스럽고 일본은 일중 관계에서의 균형상 반대여론이 크기 때문이다.
둘째, 한국은 한 세대 만에 압축성장과 민주화를 이룬 국가로 정치적으로 동서 간, 경제사회적으로 남북 간의 교차점에 위치하는 매우 독특한 지위에 있다. 인권분야에서도 심각한 문제국가에서 이제는 모범국가로 발전해 선후진국 양쪽의 처지를 잘 이해할 수 있고 상호 의견대립도 잘 조정할 수 있다고 본다.
셋째, 지정학적으로 강대국 사이에 있는 중급 국가인 한국은 군사력으로 경쟁하기보다는 문명강국을 지향해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권고대로 개발도상국에 대한 공적 원조를 증액하는 한편 세계 인권 신장을 위해서도 선도적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그것이 지역의 평화와 안보에도 기여하고 국가의 이미지를 높이는 길이다. 장기적으로는 전투기 몇 대, 구축함 몇 척보다 훨씬 큰 안보역량으로 작용할 것이다.
넷째, 스위스 네덜란드 같은 선진 중급 국가들은 국제기구를 적극 유치해 국제평화를 위한 공헌의지를 표현하고 관광산업에까지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한국은 백신연구소를 유치한 정도인데, 인권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다루는 국제기구를 유치한다면 파급효과는 매우 클 것이다.
그동안 동북아 지역사무소 설치에 대해 한국 정부가 소극적이었던 이유는 유엔총회의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해 기권한 것이라든지, 국가인권위원회가 북한 인권문제에 눈감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해 12월 20일 첫 기자회견에서 세계화 선진화를 표방하며 ‘문명사적 전환기에 보편적 가치에 충실하겠다’고 천명했다. 인권기구의 지역사무소 적극 유치는 당연한 일이다. 그것은 이명박 정부의 인권정책을 밝히고 국가의 품격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허만호 경북대 교수 아시아인권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