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그럼, 통일부 없애면 나라 망하는가

  • 입력 2008년 1월 24일 2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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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DJ) 전 대통령이 어제 “통일부를 없애지 않으면 나라가 망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다. 차기 정부가 통일부를 폐지하고 그 기능을 외교통상부로 이관하려는 데 대해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것이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적절치 못한 발언이다. 통일부 폐지에 대해서는 찬반양론이 있을 수 있다. 존속만이 선(善)이고, 폐지는 ‘나라의 존망’을 거론하면서까지 막아야 할 악(惡)이 아니다.

통일부가 존폐의 위기에 몰리게 된 데에는 DJ의 책임이 크다. 무리한 햇볕정책 추진으로 남북관계의 근간을 흔들어 놓았을 뿐만 아니라, 김정일 정권이 핵무장할 시간과 돈까지 안겨 준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DJ는 남북 교류의 증대를 성과로 내세울지 모르나 그것은 4700만 대한민국 국민이 핵을 머리에 이고 살게 된 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새 정부가 통일부를 외교통상부에 합치려는 것도 잘못된 햇볕정책으로 경도된 남북관계를 바로잡자는 취지에서다. 허울뿐인 ‘민족’보다 한미동맹을 비롯한 주변 4강과의 총체적 관계 속에서 북한 문제를 실질적으로 풀어 보자는 것이다. 그러려면 남북문제를 ‘외교’라는 큰 틀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일리가 없지 않다. 지난 10년간 대북정책이 너무 앞서 가는 바람에 한미 공조는 공조대로 깨지고 대북정책의 실효성은 오히려 떨어지지 않았는가.

DJ는 작년 11월에도 “보수 세력이 집권하면 전쟁의 길로 끌고 갈 수 있다”고 국민을 협박했다. 하지만 절대 다수 국민은 대선에서 그가 맹종했던 햇볕정책을 버리고 한나라당의 ‘상호주의에 기초한 대북 포용정책’을 선택했다. 그렇다면 새 정부는 자신들의 철학에 맞게 통일부 존폐 문제를 다룰 권리가 있는 것이다. 자숙해도 부족할 DJ가 이에 대해 ‘나라가 망하느냐’ 식으로 어깃장을 놓는 것은 누가 봐도 옳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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