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학들, 自律뒷면의 책임 깨달아야

  • 입력 2008년 1월 4일 03시 01분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교육인적자원부가 대학입시 업무에서 손을 떼게 되는 것은 백번 맞는 방향이다. 그러나 그 다음이 문제다. 우리 대학들이 갑자기 주어진 자율을 충분히 감당할 만큼의 사회적 책임의식과 역량을 지니고 있는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대학입시 관리를 맡게 될 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국민의 신뢰를 받을 만한 조직인지부터가 궁금하다. 201개 4년제 대학 총장들의 협의기구인 대교협은 그동안 입시 전형 계획을 발표하면서 잦은 실수와 미숙한 일처리로 여러 차례 수험생들에게 혼란을 안겼다. 대학 평가도 객관성을 잃었다는 지적을 받았으며, 서울대 등 주요 대학들은 대교협의 평가를 거부하고 있다. 대교협 스스로가 대입 관리라는 중차대한 업무를 맡을 자격과 능력이 있는지 자성해 봐야 한다.

개별 대학이 공정하고 투명한 입시 관리를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지난해 연세대 총장 부인의 편입학 청탁 의혹 사건에서 보듯, 대입 비리의 냄새가 가시지 않고 있다. 교육부는 작년 11월 수도권 13개 대학의 편입학 의혹과 기부금 실태를 감사해 11개 대학에 ‘기관경고’를 내렸다. 3년 전에는 서울 유수 대학의 입시관리처장이 자신의 아들을 위해 입시 문제를 빼돌리기도 했다. 만약 이런 사례들이 더 많을 개연성이 있다면 대학들은 자율 입시를 요구할 자격이 없다.

입시 자율화는 단지 고교등급제나 본고사를 부활하자는 게 아니다. 대학이 어떤 교육철학과 원칙을 갖고 입시 제도를 짜느냐 하는 것은 국가 장래와 직결되는 문제다. 대학들이 공교육이야 망하든 말든, 사교육이야 심해지든 말든 ‘학생을 내 맘대로 뽑을 자유’만 누리려 한다면 이는 자율과 표리관계인 ‘책임’의 방기(放棄)다.

그렇다고 교육부가 대학들의 미숙함을 핑계 삼아 다시 입시를 통제하려는 꼼수를 써서는 안 된다. 관치(官治)에서 자율로 전환하는 과도기의 불안 요인을 최소화하는 데 정부가 적극 협조해야 한다. 대학들은 자율을 바탕으로 세계의 대학들과 경쟁하면서 중추적 인재 양성 기관으로서의 공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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