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회 안 폭력엔 손도 못 쓰나

  • 입력 2007년 12월 17일 2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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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이명박 특검 법안’과 검사 탄핵안 처리를 놓고 어제까지 닷새 동안 국회에서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의 의원, 보좌관, 당원들이 벌인 폭력과 추태는 눈 뜨고 못 봐 줄 지경이었다. 명색이 국민의 대표라는 국회의원들이 유흥가 패싸움 같은 짓을 벌이고도 부끄러운 줄 모른다.

국회 내 폭력과 추태는 신당이 정략적으로 밀어붙인 특검법안과 검사 탄핵안이 발단이 됐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날치기 처리를 막기 위해 본회의장에서 농성을 벌이면서 신당 의원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출입문을 쇠파이프와 체인으로 묶어 폐쇄했다. 임채정 국회의장의 지시로 국회 사무처 소속 경위들이 전기톱으로 쇠파이프와 체인을 잘라 내고 문을 열자 신당 의원과 보좌관들이 일제히 본회의장에 몰려 들어갔다. 여야 의원들은 격투기를 방불케 하는 몸싸움을 벌였고 마침내 신당 의원들이 한나라당 의원들을 끌어내고 의장석을 점령했다.

양당 의원들은 멱살잡이와 욕설을 거침없이 주고받아 민의의 전당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버렸다. 대화와 타협 대신 주먹질과 발길질이 난무한 끝에 일부 의원이 다쳐 들것에 실려 나갈 정도였다. 정당들은 이런 패싸움에서 상대 당을 제압하려면 앞으로 격투기 유단자들을 공천해야 할 것이다.

폭력으로 의장석을 차지한 신당 의원들은 2박 3일 동안 본회의장과 의장석 주변을 점거한 채 농성을 계속했다. 특검법 수용 방침을 밝힌 뒤 한나라당 의원 총회가 열리는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회의장에 입장하던 이명박 후보에게 신당 쪽 사람이 침을 뱉는 일까지 벌어졌다. 아무리 대선에서 경쟁하는 상대 당 후보가 밉더라도 침을 뱉는 것은 시정잡배만도 못한 짓이다.

국회의사당에서 벌어진 정치인들의 폭력과 추태는 그대로 안방에 전달됐다. 국회의원들은 자라는 아이들이 무엇을 보고 배울지에 대해 생각해 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국회의원들은 마구잡이 폭력과 모욕도 국회 내에서 행한 직무상 발언처럼 면책특권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착각하는 모양이다.

임 국회의장은 국회 안의 질서도 잡지 않고 무얼 하는지 모르겠다. 국회의원들은 제발 이성을 되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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