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산책]가난 딛고 ‘별’이 된 두 남자 ‘별난’ 우정

  • 입력 2007년 12월 7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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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어려서 가난했다. 주린 배를 안고 방망이를 휘둘렀고 공을 던졌다. 훈련이 끝나도 운동장에 남아 연습을 더 해야 직성이 풀렸다. 그런 두 사람은 프로에서 성공했다. 그리고 의형제가 됐다. 어렸을 적 가난을 딛고 야구의 별이 된 김동주(31·전 두산)와 박명환(30·LG) 얘기다.

이들은 1998년 OB(현 두산)에서 처음 만났다. 박명환은 충암고를 졸업하자마자 입단한 프로 2년차였고 김동주는 고려대를 졸업하고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박명환은 김동주를 깍듯이 선배로 모셨다.

“제가 고교 1학년 때 배명고 4번타자 동주 형의 모습을 잊을 수 없어요. 안타보다 홈런이 더 많았을 정도로 거포였죠. 저도 경기에서 몇 번 마주쳤는데 고의 볼넷으로 내보냈던 기억이 나네요.”

김동주는 박명환을 “순하고 잘 따르는 동생”이라고 했다. 속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런 두 사람이 올해는 경쟁 상대가 됐다. 박명환이 지난해 말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LG로 이적했기 때문이다. 김동주와 박명환은 올 시즌 세 경기에서 맞붙었다. 김동주는 박명환을 상대로 7타수 2안타에 볼넷 2개를 얻었지만 삼진도 3개나 당했다.

박명환은 “동주 형이 타석에 들어서면 자꾸 웃음이 나왔다. 동주 형도 속으로 많이 웃었다더라”고 말했다. 김동주는 “타자와 투수로서 서로 따끔한 조언도 해 준다”고 했다.

김동주는 ‘게으른 천재’가 아닌 ‘열심히 뛴 선수’로 기억되길 바란다. 프로 통산 98승 80패 9세이브를 기록 중인 박명환은 송진우(한화)의 최다승(203승)을 넘는 게 목표다.

두 사람은 올겨울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한 헬스클럽에서 함께 운동하며 내년을 준비할 계획이다. “어려운 시절을 잊지 않고 더 열심히 뛰겠다”는 이들에게서 피보다 진한 우정이 느껴졌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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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취재 : 동아일보 황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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