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기현]‘51억 배상 판결’ 철도노조, 또 파업 위협

  • 입력 2007년 10월 31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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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찬반투표가 부결된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29일부터 서울역사 등 전국 노조지부에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시작한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의 한 간부는 30일 압도적인 표차로 가결될 것이라며 투표 결과를 자신했다.

서울서부지법은 나흘 전인 26일 철도노조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51억7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지난해 3월 중앙노동위원회의 직권중재 회부 결정을 무시하고 불법 파업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결’과 ‘투쟁’을 외치는 철도노조에 이 판결은 별 효력이 없는 듯하다.

철도노조는 다음 달 12일부터 준법투쟁을 시작해 휴일 대체근무 거부, 검수 거부, 부분파업 등으로 투쟁 수위를 높이는 전략을 세워 놨다. ‘투쟁기금’을 모으기 위해 조합원들에게 채권까지 발행하고 있다.

올해도 철도노조가 요구한 조건은 철도공사가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사안들이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달 28일 철도 노사와 정부, 민주노총이 협의체를 구성해 해결하기로 ‘합의’했던 KTX 여승무원 문제.

자신들이 합의한 협의체 구성도 못한 상황에서 철도노조가 다시 단체협상에서 여승무원을 직접 고용하도록 요구하고 나온 것은 ‘자기모순’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코레일은 지난해 5260억 원의 적자를 냈지만 노조는 정부가 정한 2%의 가이드라인보다 높은 5%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노동계에서는 이르면 다음 달 19일경 철도노조가 전면파업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노위의 직권중재가 내려지면 파업 등 쟁의행위를 할 수 없는 직권중재 제도는 올해 말까지 유지된다. 이 때문에 철도노조의 이번 파업도 ‘불법’의 꼬리표가 붙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김성호 전 법무부 장관은 “(현 정부 내에) 근로자는 약자이니까 할 수 없이 (불법 시위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거액의 배상금에도 위축되지 않는 철도노조의 ‘과감성’은 현 정부가 키웠다는 뜻이다. 현 정부가 임기 막바지에 터질 대형 노사분규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되는 이유다.

김기현 사회부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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