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계 앞에 부끄러운 외국인 수용시설 참사

  • 입력 2007년 2월 11일 2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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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 외국인 수용시설에서 불이 나 9명이 숨지고 18명이 중경상을 당하는 참사가 일어났다. 사망한 외국인 수용자들은 쇠창살이 설치된 유치장에 감금된 상태에서 문을 두드리고 발로 차다 119 구조대가 오기 전에 유독가스에 질식해 숨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불법 체류자를 수용하는 국가 시설에서 후진형 대형 인명 사고가 터져 참으로 세계 앞에 코리아를 부끄럽게 했다.

이번 사고는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외국인 근로자의 인권을 경시하는 태도와 무관하지 않다.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은 불이 나자 자체 진화를 한다며 시간을 허비했고, 허둥대느라 유치장 열쇠조차 찾지 못했다. 그 사이 불길이 크게 번져 인명을 구할 수 없었다고 한다. 유치장 바닥에는 화재 시 유독가스가 나오는 우레탄 매트가 깔려 있었고, 스프링클러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중요 국가 시설임에도 화재에 거의 무방비 상태였던 것이다.

국가 시설이 이 정도일진대 불법 체류 외국인을 고용하는 영세 공장이나 숙소의 산업안전 실태는 훨씬 더 열악할 것이다. 불법 체류자를 단속하고 추방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외국인 근로자의 근로환경 개선과 인권 보호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임금 체불, 원시적인 산업재해, 각종 인권 침해가 끊이지 않아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러시아 등에서 나라 이미지 실추가 심각하다. 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서독에 광원과 간호사, 중동에 근로자를 보내던 가난한 나라였다. 개구리가 올챙이 적을 잊어버렸단 말인가. 조금 잘살게 됐다고 해서 가난한 나라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들을 차별하고 인권을 경시해서는 선진 국민이 되기 어렵다.

폐쇄회로(CC)TV 카메라가 휴지로 가려져 있었다는 직원들의 말이 나오는 만큼 방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 소방 당국이 법무부 소속 기관에 대해 제대로 소방 점검을 했는지도 가려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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