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자들 “회견막아라” 몸싸움… 참모들 “납득안된다” 한숨

  • 입력 2007년 1월 17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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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순 없다”고건 전 국무총리 지지자들이 16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여전도회관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서 고 전 총리의 대선 불출마 선언에 대해 측근인 김덕봉 전 국무총리 공보수석비서관(오른쪽)에게 항의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이럴 순 없다”
고건 전 국무총리 지지자들이 16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여전도회관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서 고 전 총리의 대선 불출마 선언에 대해 측근인 김덕봉 전 국무총리 공보수석비서관(오른쪽)에게 항의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막아! 막아!”

16일 오후 1시 40분. 고건 전 국무총리가 탄 엘리베이터가 서울 종로구 연지동 여전도회관 14층에 도착하자 복도 여기저기서 고함이 터졌다.

고 전 총리의 지지자 10여 명은 엘리베이터 앞으로 뛰어들며 고 전 총리가 엘리베이터에서 나오지 못하도록 몸으로 입구를 막았다.

고 전 총리를 지지하는 우민회, GK피플, 민우하나로 등 외곽단체 대표 및 지지자 30여 명은 고 전 총리의 ‘대선 불출마’ 소식이 전해지자 오전부터 기자회견장으로 모여들었다. 고 전 총리는 예정된 시간에 맞춰 여전도회관에 도착해 기자회견장이 있는 14층으로 향했지만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지도 못한 채 다시 1층으로 내려오기를 2번이나 반복했다.

1층에서도 ‘면담’을 요구하는 지지자들로 인해 몸싸움이 계속됐고 고 전 총리는 오후 2시경 지하주차장에 준비된 승용차를 타고 가까스로 건물을 빠져나갔다. 이날 오후 전남지역으로 내려간 고 전 총리는 2, 3일 휴식을 취한 뒤 상경할 것으로 알려졌다. 측근인 김덕봉 전 국무총리공보수석비서관은 “최선을 다했지만 고 전 총리가 고심 끝에 결정을 내린 만큼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허탈해했다.

이후 각 단체 대표 등 지지자들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오늘 배포된 자료는 공식 자료가 아니며 중상모략에 의해 오도된 자료”라고 주장했다. 이들에게 고 전 총리의 대선 불출마는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 큰 충격이었다.

고 전 총리의 미니홈피 ‘렛츠고’에도 “지금 그만둬서는 안 됩니다” “다시 돌아오실 것을 믿습니다”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밉기도 합니다”는 등의 글이 쇄도했다. 반면 “함께 가자더니… 한계다 싶을 땐 포기하고 발을 빼라고, 그런 교훈을 저희 젊은이들에게 주시려는 겁니까” 등 고 전 총리를 비판하는 글도 이어졌다.

한편 고 전 총리의 사실상 대선캠프였던 ‘희망연대’와 싱크탱크였던 ‘미래와 경제’ 사무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한 참모는 “고 전 총리가 설령 대통령이 되지 못하라도 새 정치 문화를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우리는 모인 것”이라며 “고 전 총리의 결정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모는 “지지자들로부터 ‘불출마 선언을 번복할 수 없느냐’는 항의 전화를 계속 받고 있지만 우리도 허탈하기는 마찬가지”라며 한숨을 쉬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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