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분식회계 이번엔 확실히 털고 가야

  • 입력 2006년 12월 19일 23시 03분


김성호 법무부 장관이 그제 기업 분식(粉飾)회계에 대한 형사책임을 면제해 주겠다고 밝혔다. 기업으로선 관행처럼 저질러 온 분식회계를 고백할 여건이 훨씬 좋아진 셈이다. 지금까지는 기업들이 감독 당국의 권유대로 2004년 이전의 분식회계를 자진 공개해 털고 가려고 해도 횡령 배임 등의 형사책임이 뒤따라 망설인 게 사실이다.

이달 말까지로 돼 있는 자진공시 시한도 12월 말 결산 법인이 사업보고서를 제출할 때까지로 늦춰져 내년 3월 말까지만 신고하면 된다. 새해 증권집단소송제의 전면 도입에 앞서 잘못된 과거를 반성하는 기업들이 집단소송을 당할 위험에서 벗어나도록 해주는 ‘배려’다. 기업들이 집단소송에 휘말리면 증권시장에 혼란이 오고 대외신인도도 나빠진다. 재계도 ‘모처럼의 온기(溫氣)’라며 반기고 있다.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재계에 주는 ‘선물’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지만 기업의 현실을 반영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과거 기업들은 대출을 쉽게 받거나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실적을 부풀리기도 했고, 이익을 빼돌린 뒤 실적을 축소하기도 했다. 대우그룹, SK글로벌 등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투명한 회계는 이미 ‘글로벌 스탠더드’가 돼 있다. 나라를 막론하고 거짓 회계는 더는 살아남을 수 없게 된 것이다. 한국도 자본시장 개방으로 40%에 이르는 외국인 주주들이 기업들을 감시하고 있고 주주행동주의가 확산돼 투명한 회계 없이 한시도 버티기 어렵다.

이번 조치가 실효를 거두려면 기업들의 호응이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상장 등록기업의 분식회계 자진 고백은 200여 개사에 불과했다. 재산 다툼이나 당국의 조사과정에서 잘못이 드러나 억지로 고백한 기업들도 적지 않다. 관계 당국에 형사처벌에 관한 전화 문의가 많았다고 하는 것을 보면 여전히 눈치를 보는 기업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법무부는 연장된 자진공시 기간 이후에 분식회계가 드러날 경우 형사적으로 더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은 더는 피난처를 찾지 말고 이번만큼은 잘못된 과거를 털고 감으로써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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