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손님 불러 놓고 싸움질하는 勞-政

  • 입력 2006년 9월 1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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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이 부산 국제노동기구(ILO) 아시아태평양 총회에서 돌연 철수해 국제적 망신을 자초했다. 이번 총회는 지난해 10월 열릴 예정이었지만 우리 측의 노-정(勞-政) 갈등으로 한 차례 연기됐다가 열린 만큼 한국 노동계에 대한 국제사회의 불신이 커질까 우려된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상수 노동부 장관이 기자간담회에서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방안(로드맵)에 관한 노사정(勞使政) 협상 내용을 공개한 것은 노동계에 정부 측 제안을 받아들이도록 압력을 가하는 행위라며 이를 총회 철수의 이유 내세웠다. 국제 행사가 열리는 상황에서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같은 민감한 협상 내용을 거론한 이 장관도 사려 깊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그것이 철수의 명분이 될 수는 없다.

문제가 있다면 총회가 끝난 뒤 따져도 될 일이다. 하필 이면 이때 집안싸움을 할 이유가 뭔가. 더욱이 한국노총은 이번 총회에 한국 노동계를 대표해 참석한 사실상의 주최 측 당사자가 아닌가. 이 위원장이 “로드맵 논의에서 정부에 끌려 다닌다”는 내부 강경파의 반발을 의식했다는 얘기가 나올 만하다.

총회 철수는 대책 없는 투쟁보다 실용주의적 노동운동을 주장하며 해외 투자유치 설명회에도 참석한 이 위원장의 소신과도 배치된다. 이 위원장은 6월 28일 미국 뉴욕 설명회에서 “노사문제 때문에 한국 투자를 걱정한다면 이제는 걱정을 모두 털어 버려라” “한국에 투자했다가 노사문제가 생기면 한국노총이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말까지 하지 않았는가.

그렇지 않아도 한국의 강성 노조와 과격한 노동운동 때문에 외국 투자자들이 한국 투자를 기피하고 국내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도 제3국으로 사업장을 옮기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 위원장은 즉시 총회에 복귀해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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