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50기 국수전…승부사의 비극

  • 입력 2006년 8월 2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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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 생강이 맵다’는 말이 있다. 이는 곧 관록을 말한 것일진대 바둑과 같은 승부세계에서는 이마저도 점차 옛 속담에 불과해지고 있다. 이제 관록이라는 말은 예술세계에서나 통용될 법한 말인지도 모른다. 가령 같은 바이올리니스트라 해도 정경화와 장영주를 비교 대상으로 삼을 수는 있어도 이들의 연주력을 가지고 딱 부러지게 승자와 패자로 가를 수는 없다. 설령 테크닉이 전성기 때만은 못해도 정신적인 숙성과 삶의 경험 같은 것이 음악적인 해석력을 더욱 끌어올릴 여지가 있고 각자가 구현한 음악적 세계로 평가받을 뿐이지만 바둑세계에서 조훈현과 이창호는 제아무리 자기 세계를 구축했다 한들 반드시 1등과 2등으로 우열을 가려야만 한다. 이것이 승부사의 운명이자 비극이다.

백○가 무리수로 결국 패착이 되었다. 참고도처럼 백1, 3으로 두었으면 우세했다. 흑93으로 반발해 109까지 이루어진 결과는 흑이 실리를 많이 번 모습. 힘이 부치면 관록도 버틸 여지가 없는 것, 그게 승부세계다. (108…○의 곳)

해설=김승준 9단

글=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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