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우젠민 원장 “포용정책만으론 북한 바꿀 수 없어”

  • 입력 2006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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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외교학원 우젠민 원장은 12일 중국과 북한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중국외교학원 우젠민 원장은 12일 중국과 북한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중국과 북한의 ‘(특수)관계’는 전혀 변한 게 없습니다.”

중국 외교부 직속 중국외교학원의 우젠민(吳建民·67) 원장은 이 말을 특히 강조했다. 중국 정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문 채택에 찬성한 이후 중국과 북한의 관계를 둘러싸고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지만 ‘양국 관계의 기조’는 예전 그대로라는 설명이었다.

중국외교학원은 한국으로 치면 외교통상부 산하 외교안보연구원 같은 곳. 하지만 정책 수립에 미치는 영향력은 한국보다 훨씬 크다. 우 원장은 또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외곽 싱크탱크’로 불리는 중국개혁개방논단의 고급고문까지 맡고 있어 그의 발언에는 더욱 무게가 실린다.

12일 중국 베이징(北京) 유이(友誼)호텔에서 한국의 동아시아협의회와 중국개혁개방논단이 ‘한중 관계와 동아시아의 번영’이란 주제로 공동 개최한 세미나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일각에서 주장하는) 5자회담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는 데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얘기”라며 “6자회담에 어떤 난관이 오더라도 인내심을 갖고 이를 극복해야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중국과 북한의 관계가 예전의 ‘형제관계’ 또는 ‘혈맹관계’에서 ‘보통관계’로 변했다는 분석이 많다.

“중국은 유엔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고 북한은 이에 불만을 표시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중국은 중국대로 의견과 주장이 있고, 북한 역시 의견이 있다. 각 나라는 자국의 이익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에 의견이 항상 같을 수는 없다. 그래도 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그 기초가 깊다. 이번 유엔 결의안 통과로 양국의 관계가 영향을 받은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친구 사이에도 갈등이 있듯 양국 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한 것은 아니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를 사전에 중국에 알리지 않았는데….

“그것은 북한이 결정한 것으로 중국이 뭐라고 할 사안이 아니다.”

―북한은 유엔의 결의에도 불구하고 미사일 발사를 공언했다. 북한이 또 미사일을 발사하면 중국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북한과 남한, 중국은 물론 세계 모든 나라 인민의 이익에 어긋나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나라가 반대하고 있다.”

우 원장은 이 대목에서 말을 이어 가려다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할 말이 많지만 북한을 의식해 자제하는 듯했다.

―만약 북한이 끝내 6자회담 복귀를 거부한다면 중국이 대북 경제 원조를 중단해서라도 압박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중국의 경제 원조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출발한 것이다. 중국의 전통문화에서 보면 어려운 나라를 돕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미국과 일본이 경제 제재를 넘어 군사 제재까지 요구할 경우 한국과 중국은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고 보나.

“이 문제는 평화적인 방법으로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이는 미국과 일본도 찬성하고 있는 원칙이다. 북한에 대한 군사적 제재는 한반도 안정은 물론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 중국의 외교정책과도 맞지 않는다. 따라서 반대는 당연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이 북한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보나.

“(부정적이라는 뜻으로) 한 나라의 변화는 그 나라가 결정하는 것이다. 외부적 요소는 부차적인 것에 불과하다. 한국과 북한이 관계를 잘 개선해 나가기를 바란다. 중국은 이를 기쁜 마음으로 적극 지지할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은 남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라고 북한에 압력을 가할 의향은 없는가.

“중국의 외교정책은 영토와 주권의 상호존중, 상호불가침, 내정 불간섭, 평등과 호혜, 평화공존이라는 ‘평화공존 5원칙’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이는 중국이 나서서 압력을 가하거나 강권할 사안이 아니다.”

―최근 한국에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로 논란이 많다. 어떻게 보나.

“이는 한국과 미국 간의 문제다. 중국이 감히 끼어들 여지가 없다고 본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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