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조수진]‘특별사면’ 여당의 우왕좌왕 행보

  • 입력 2006년 8월 12일 03시 01분


코멘트
열린우리당 우상호 대변인은 8·15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 142명의 명단이 발표된 11일 “경제활성화와 국민 대통합의 의지가 확인됐다고 생각하며,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이번 사면의 어떤 대목이 ‘경제활성화 의지’이고, 무엇이 ‘국민통합 의지’라는 말인지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이 많았다.

우선 열린우리당이 목소리 높여 사면해 달라고 건의했던 경제인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은 지난달 25일 재벌 총수 등의 사면을 청와대에 공식 요청했다. 이 때문에 경제단체는 55명의 사면 요청 대상자 명단을 내기도 했다.

김 의장은 ‘8·15사면에 안희정 씨 등 대통령 측근은 포함되지만 경제인 사면은 최소화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라는 9일 본보 보도가 나간 후에도 “경제인 사면은 최대한 그 폭을 넓혀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거듭했다.

그러나 막상 사면 발표 결과를 본 경제계에서는 “실질적으로 경제계의 요구가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불만이 나왔다. 그런데도 열린우리당은 환영한다니, 도대체 속내를 모르겠다는 냉소가 나올 만하게 된 것.

대통령 측근 사면에 관한 열린우리당의 태도는 한마디로 ‘우왕좌왕’이었다.

우 대변인은 9일 본보 보도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비공식적으로도 (대통령 측근 등) 정치인 사면을 건의한 바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 측근 사면을 두고 당을 탓하지 말라는 취지로 들렸다.

그러나 우 대변인은 10일에는 정치인 사면과 관련해 “건의는 안 했지만 반대는 하지 않는다”고 다른 말을 했다. 특히 우 대변인은 안 씨와 관련해서는 “(언론은) 대통령의 측근을 사면한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용어부터 잘못됐다”며 “안 씨는 복권 대상자이지 사면 대상자가 아니다”고 용어 풀이까지 했다. 하지만 현행 사면법에 ‘사면’이란 ‘사면, 복권, 감형을 뜻한다’고 명시돼 있다. 대통령을 감싸기 위해 ‘궤변’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결국 우 대변인은 야당과 시민단체가 모두 문제 있다고 비판하는 사면 결과를 놓고 11일 홀로 환영 성명을 냈다. 대통령 측근을 사면해야 경제활성화와 국민화합이 이뤄진다고 생각해서 환영한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조수진 정치부 jin061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