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육정수]안희정 씨 復權說

  • 입력 2006년 7월 27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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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赦免)은 법 밖의 세계에서 비쳐 들어와 법 세계의 추운 암흑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밝은 광선이며, 기적이 자연계의 법칙을 깨뜨리듯 법 세계 속에서 일어나는 법칙 없는 기적이다.” 법철학자 구스타프 라트브루흐는 사면을 법의 경직성이 가져올 수 있는 ‘사랑 없는 정의’를 녹일 수 있는 한 줄기 희망으로 봤다.

▷올해도 광복절이 다가오니 정치권 인사들의 특별사면, 감형, 복권 문제가 어김없이 설왕설래된다.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 씨의 복권 여부가 특히 큰 관심사다. 노 대통령의 ‘좌(左)희정 우(右)광재’로 불려 온 안 씨는 대통령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인물이다. 그가 불법정치자금수수죄로 1년간 복역하고 2004년 말 만기 출소하자 노 대통령은 바로 다음 날 청와대로 불러 2시간 동안 저녁 식사를 함께하며 눈시울을 적셨다.

▷안 씨의 복권설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그는 지난해 광복절 직전에 4억9000만 원의 추징금을 완납하고 복권에 대해 강한 기대감을 나타냈으며 올해 3·1절에도 복권을 기다렸다. 올해 광복절을 앞두고 열린우리당의 한 중진 인사는 “희정이를 이번에는 반드시 (사면 복권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펌프질’을 한다. 사면 복권 대상으로 야당의 전 대표급 인사들도 거론되는 것을 보면 정당 간에 물밑 교감이 있는 것도 같다.

▷그러나 라트브루흐가 사면을 ‘밝은 광선’이라고 한 것은 개인적인 사랑이나 정치적 계산 아래 사면권을 행사해도 좋다는 뜻은 아니다.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일반사면과 달리 특별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지만, 그럴수록 자의적(恣意的)으로 사면권을 남용하면 법치의 근간을 해칠 우려가 크다. 특히 특정인의 피선거권 회복, 정계 복귀 및 코드인사(人事)를 위한 수순의 하나로 사면권을 행사한다면 사법부의 권위와 국민의 법 감정에 또다시 상처를 안겨 줄 뿐이다. 더구나 정권의 도덕성(道德性)을 내세워 정경유착과 부패정치를 끝장내겠다고 외쳐 온 노무현 정부 아닌가.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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