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충식]‘짝퉁 여론’

  • 입력 2006년 6월 22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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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미국 일본 독일 다음의 세계 4위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아직도 중국을 얕잡아 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 통계를 믿을 수 없다는 게 큰 이유다. 중국의 지방공무원들은 실적을 부풀리거나 불리한 데이터를 축소하는 게 예사라고 한다. 또 중앙정부는 통계에 정부의 의도를 반영하는 일도 있어 객관성 과학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노무현 정부가 민심을 잃은 것도 통계와 무관하지 않다. 대통령이 나서서 “강남 학생들이 서울대를 휩쓸고 있다. 서울대생의 60%가 강남 출신 학생들”이라고 터무니없는 발언을 했다. 스스로 정치적 의도에 매몰된 나머지 엉뚱한 얘기를 하고 만 것이다. ‘어디서 나온 통계냐’고 여론이 들끓자 “재외(在外)국민 특별전형 합격자 53명의 출신지를 분석해 보니 그렇더라”는 기막힌 해명이었다. 대통령 아들이 미국 유학 가는 걸 보고, ‘노 정권 사람들은 모두 자녀를 유학 보낸다’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부동산 관련 통계도 행정자치부 등의 부처가 의도에 따라 각색했다. “국민의 71%는 한 평의 땅도 갖고 있지 않다. 총인구의 상위 1%가 사유지의 51%를 보유하고 있다”는 식이다. 다수의 공분(公憤)을 불러일으키고 ‘편 가르기’에는 도움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가구(家口)와 개인을 혼동한 잘못된 통계다. 이처럼 통계에서부터 신뢰를 잃은 정부가 밀어붙이는 부동산정책이 제대로 먹히겠는가.

▷현 정부는 더 나아가 ‘짝퉁 여론’을 생산하기 위해 조사의 기본과 원칙도 팽개치는 모양이다. 재정경제부 홈페이지의 여론조사는 나이와 직업을 묻지도 않고 중복 응답을 해도 막을 수 없게 돼 있다. 조사 표본의 ‘국민 대표성’이 애당초 없는 조사인 것이다. 지난 3년간 정부기관의 40%가 이처럼 조사방법론의 ABC도 충족시키지 못한 ‘주먹구구식 조사’ 결과를 정책에 반영했다고 한다. 이런 부정확한 인터넷 여론조사 결과를 ‘민의’인 양 구실 삼아 입안·수행한 정책이 312건이나 된다고 한다. 참으로 멋대로다.

김충식 논설위원 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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