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충식]孔子의 부활

  • 입력 2006년 6월 19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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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공자의 위상은 권력의 필요에 따라 오르내렸다. 1919년 5·4신문화운동 때 공자는 도척(盜척)보다도 나쁜 ‘도구(盜丘)’로 지탄받는다. 도척이 누구인가. 바로 공자가 악의 상징으로 말하던 악랄 잔혹한 ‘마피아’ 아닌가. 그런데도 소위 개혁그룹은 ‘공자가 한복판에 자리한 중국적 낡은 질서가 민주와 과학을 가로막는다’며 가혹하게 몰아쳤다. 그러다 1930년대 국민당 정부는 공자를 국가통합과 일체감의 심벌로 회복시켜 추앙했다.

▷문화대혁명은 공자를 다시 끌어내 칼질했다. 마오쩌둥(毛澤東) 사상의 장애가 되고, 봉건주의 자본주의를 상징한다고 공격했다. 홍위병은 공자상(像)의 눈을 뽑고 배를 뚫으며 여지없이 짓밟았다. 공자와 ‘역적 린뱌오(林彪)’를 싸잡아 비림비공(批林批孔)운동으로 박살낸 것도 홍위병이다. 그런 공자를 요즘 후진타오(胡錦濤) 정부가 부활시키고 있다. 개혁 개방과 더불어 벌어지고 있는 소득 격차로 인한 빈곤층의 불만을 누그러뜨릴 진통제(鎭痛劑)를 공자사상에서 찾으려 하고 있다.

▷인(仁)과 조화(調和) 질서를 강조한 공자가 활용 가치는 있을 것이다. 공자는 세 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젊어서는 창고를 지키는 관리, 나라의 가축을 기르는 관리로 생계를 이었다. 실직도 해보고 굶주림에 시달려도 보고, 폭력에 생명을 잃을 뻔도 한 ‘굴곡진 삶’의 한 모델이었다. 과연 후진타오 정부의 의도대로 공자 앞세우기가 삶의 바닥을 헤매는 ‘낮은 곳의 인민’에게 효험을 볼지 궁금하다.

▷공자가 살아 있다면 끊임없이 벌어지는 살해와 부활, 격하와 추앙의 부질없는 정치 놀음을 지켜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빙긋 웃으며 “예(禮)가 아니면 보지 말고, 듣지 말고, 말하지 말고, 행하지 말라”며 고개 저을 것인가. 아니면 억측, 장담, 고집, 이기심을 버리라(논어 자한편·論語 子罕篇)고 가르치고 실천한 자신을 따르라고 할 것인가. 딱 한마디만 하라면 이렇게 말할 것도 같다. “자기가 원치 않는 일을 남에게 베풀지 말라!”

김충식 논설위원 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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