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없어질 정당’에 표 달라는 열린우리당

  • 입력 2006년 5월 26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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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의 정동영 의장은 연일 “민주평화세력과의 통합 연대(連帶)에 나서겠다. 민주개혁세력의 대연합을 추진하겠다”고 외치고 있다. 그는 지방선거 후 고건 전 총리와의 연대, 민주당과의 통합 가능성을 띄우며 정계개편에 나설 뜻을 밝히고 있다. 한명숙 국무총리가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선거 후 개헌 논의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한 것과 함께 주목되는 대목이다.

여권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의 지형(地形)이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이판사판의 ‘도박’ 처방으로 나서는 양상이다. 우선 민주당을 깨고 열린우리당을 만들고 나설 때의 명분과 기세(氣勢)와는 너무 상반된다. 전국정당을 지향해 ‘호남당’을 떠난다는 식이더니, 이제는 민주당과의 통합 냄새를 풍기며 지역 민심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분당할 때의 명분 논리와는 앞뒤가 맞지 않는 임기응변(臨機應變)의 소리다.

여당이 지금 열세를 헤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소속 의총에서 나온 자성(自省)의 목소리 그대로다. “독선과 오만에 사로잡혀 국민을 무시해 온 결과”인 것이다. 집권 3년여 동안 누적되어 온 실정과 비정(秕政)에 대한 중간평가요, 심판이 오늘의 여론인데 그것을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재앙처럼 호들갑 떠는 것 자체가 착각이다.

그런데도 민심과 여론을 겸허히 받아들이기는커녕 판 흔들기, 정계개편으로 역공(逆攻)을 펴겠다는 전술 자체가 속 들여다보이는 짓이다. 정 의장의 말은 정계개편으로 ‘없애 버릴 정당’에 표를 달라는 얘기이니, 그야말로 후안무치(厚顔無恥)다. “이제 정계개편이라는 ‘한탕 도박’밖에 길이 없으니 한몫 볼 수 있도록 국민이 판돈이나 키워 달라”는 소리처럼 들린다.

한 총리의 ‘개헌 띄우기’도 판 흔들기의 한 축처럼 보인다. 여권은 무능과 실정을 덮기 위해 의표를 찌르는 판 뒤집기, 정계 빅뱅의 유도로 활로를 찾으려 해서는 안 된다. 그런 인위적인 뒤집기는 국민이 용납하지도 않을뿐더러 정치를 후퇴시키는 또 하나의 범죄적 시도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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