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조수진]몰래 주고받은 돈이 ‘특별당비’라니

  • 입력 2006년 4월 25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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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약화되면 누군가가 이득을 본다. ‘민주당 죽이기’란 의심이 든다.”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대표는 24일 대표단 회의에서 조재환(趙在煥) 사무총장이 전북 김제시장 후보 공천 대가로 최낙도(崔洛道) 전 의원에게서 4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데 대해 이렇게 말했다.

조 총장이 받은 4억 원은 공천헌금이 아닌 특별당비이며, 그것도 당이 빚 독촉에 시달리자 비상대책을 강구하다 벌어진 일이라는 얘기다. 2002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빌려 쓰고 아직 못 갚은 돈이 44억 원에 이르는데 이 중 옛 민주당사 건물주가 임대료 등 23억 원을 5월 3일까지 갚지 않으면 당의 지방선거 국고보조금 19억 원 전액을 차압하겠다는 최고장을 보내 왔다는 설명도 했다.

그러나 ‘합법 당비라면 왜 은행을 통하지 않고 사과상자에 넣은 현찰로 받았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한 대표는 “나도 곤혹스럽다”고 애매하게 답했다. 민주당은 별도 자료에서 “특별당비를 받는 방법에 대한 규정이 따로 없다”는 주장도 했다.

한 대표는 전날에는 “여권이 조 총장을 도청·미행한 의혹이 있다”, “민주당이 없어져야 열린우리당이 살 수 있다는 강박관념에서 비롯된 음모·기획 수사”라고 성토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조차 반론이 나온다. 당 정책위의장인 김효석(金孝錫) 의원은 홈페이지에서 “사건의 본질은 떳떳하지 못한 상황, 장소, 시간에 고위 당직자가 돈을 받았다는 것”이라며 “특별당비라는 명분으로 국민의 시선을 외면한다면 이는 비극”이라고 비판했다.

특별당비 주장은 22일 전북도당이 4억 원 전달자인 최 전 의원을 ‘해당행위자’라며 제명한 것과도 모순된다. 특별당비가 맞는다면 그런 거액을 기부한 사람을 왜 제명한단 말인가.

호텔 주차장에서 은밀히 주고받은 돈을 ‘합법’이라고 강변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검찰의 구속영장에는 ‘조 총장이 먼저 최 전 의원에게 돈을 요구했다’고 돼 있다.

민주당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누가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얼마’를 준다는 것까지 사전에 알았다는 점을 들어 ‘함정 공작 의혹’을 제기한다. 그것은 그것대로 규명해 나갈 일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음모론을 말하기에 앞서 떳떳하지 못한 행위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부터 하는 게 옳다.

조수진 정치부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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