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유럽서 퇴조한 ‘국가모델’에 도전하는 盧정권

  • 입력 2006년 2월 6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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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복지 지출과 통일 및 교육 분야 지원을 늘리려면 앞으로 10년간 354조 원이 부족하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중장기 조세개혁방안’ 시안을 마련했다. 재정경제부는 지난달 3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초안을 보고한 뒤 지난달 12일 내용을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국민의 세금 부담이 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양극화 해소와 ‘사회복지형 국가’로 가는 인프라 구축을 위해 이 방안을 마련했다고 한다. 3일 청와대는 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사회지출과 경제성장’이라는 보고서를 홈페이지에 올렸다. ‘복지국가가 경제성장에 유리하다’는 주장이 핵심이다.

그러나 ‘사회복지형 국가’는 사회민주주의가 발달한 북유럽에서도 퇴조하는 모델이다. 스웨덴 정부는 “높은 경제성장이 끝나 복지국가는 심각한 압력에 부닥쳤다”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밝히고 있다.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스웨덴은 1994년 민영(民營)연금을 도입했다. 복지에 후한 프랑스도 지난해 실업연금을 통제하고 중산층 소득세를 감면하는 새로운 성장모델을 발표했다. 시장경제와 사회복지의 조화를 추구해 온 유럽이 잇따라 과도한 복지를 축소하고 시장친화적 개혁에 나서는 것은 심각한 저성장과 고실업 때문이다.

더구나 청와대가 소개한 OECD 관련 보고서는 오래된 통계(국가부채는 1961∼90년, 노동생산성은 1979∼96년)를 근거로 하고 있다. 세계화 정보화에 따라 급변하는 최근의 상황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낡은 자료를 인용해 “사회 지출이 경제성장을 낮춘다는 근거는 없다”며 복지를 위해 증세(增稅)해야 한다는 주장이야말로 근거가 약하다.

OECD 관련 보고서에서 오히려 주목해야 할 대목은 피터 린더트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노동자보호법이나 공기업 소유 등 정부가 직접 시장을 통제하는 것은 복지국가에 포함되지 않는다. 정부의 시장 간섭은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친노(親勞)정책에다 공기업 ‘코드인사’까지 남발하는 노 정권이 ‘사회복지형 국가’로 가기 위해 세금을 올리겠다니 세계가 웃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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