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법무부 장관은 이번 인사에서 ‘과거의 부실수사는 문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종백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해 인천지검장 시절의 대상그룹 비자금 수사를 문제 삼아 ‘좌천성 인사’를 고집해 관철시켰다. 병풍 사건을 무리하게 수사했던 박 차장은 ‘부실수사 문책 원칙’을 적용받지 않았다.
박 차장은 2002년 7월 서울지검 특수1부장으로 있으면서 김대업 씨가 제기한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을 정치적으로 수사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박 차장은 당시 이해찬 의원에게 “(병풍)수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국회에서 분위기를 잡아 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검찰총장이 수사의 불공정성을 지적하며 그의 보직 변경을 법무부 장관에게 요구했을 정도다. 법원은 김 씨가 제기한 의혹이 근거가 없다고 결론 냈다. 김 씨는 2003년 무고, 명예훼손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병풍이 정치적 사기극으로 확인된 것이다.
황 차장의 탈락은 공안검사에 대한 노무현 정권의 인식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 과거 국가보안법 위반사건 등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았던 정권 실세(實勢)들이 공안검사에 대해 적의(敵意)를 품어 왔음은 다 아는 일이다. 물론 일부 ‘정치 검사’가 문제되기도 했지만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라는 ‘공안 검찰’의 역할을 부정하는 듯한 인사 행태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인사가 있기 직전 자진 사퇴한 고영주 전 서울남부지검장은 “공안이(공안검사가) 일을 안 하면 나라가 겉으론 조용하지만 속으로 멍이 든다”고 했다. 노 정권은 공공의 안녕을 책임지고 있는 공안 검사들을 이념의 잣대로만 재단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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