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강정구 수사검사와 兵風수사검사

  • 입력 2006년 2월 3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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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검찰 간부 인사에서 황교안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검찰 내부의 ‘승진 유력’ 평가와는 달리 승진에서 탈락했다. 사법시험 동기인 박영관 광주지검 차장은 승진 코스를 밟아 부산고검 차장으로 발탁됐다. 황 차장은 지난해 ‘강정구 교수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했다’며 구속 수사를 주장했다. 박 차장은 200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예민한 시기에 병풍(兵風)사건 수사를 총괄하면서 정치적 편파성 논란을 낳았다.

천정배 법무부 장관은 이번 인사에서 ‘과거의 부실수사는 문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종백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해 인천지검장 시절의 대상그룹 비자금 수사를 문제 삼아 ‘좌천성 인사’를 고집해 관철시켰다. 병풍 사건을 무리하게 수사했던 박 차장은 ‘부실수사 문책 원칙’을 적용받지 않았다.

박 차장은 2002년 7월 서울지검 특수1부장으로 있으면서 김대업 씨가 제기한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을 정치적으로 수사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박 차장은 당시 이해찬 의원에게 “(병풍)수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국회에서 분위기를 잡아 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검찰총장이 수사의 불공정성을 지적하며 그의 보직 변경을 법무부 장관에게 요구했을 정도다. 법원은 김 씨가 제기한 의혹이 근거가 없다고 결론 냈다. 김 씨는 2003년 무고, 명예훼손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병풍이 정치적 사기극으로 확인된 것이다.

황 차장의 탈락은 공안검사에 대한 노무현 정권의 인식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 과거 국가보안법 위반사건 등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았던 정권 실세(實勢)들이 공안검사에 대해 적의(敵意)를 품어 왔음은 다 아는 일이다. 물론 일부 ‘정치 검사’가 문제되기도 했지만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라는 ‘공안 검찰’의 역할을 부정하는 듯한 인사 행태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인사가 있기 직전 자진 사퇴한 고영주 전 서울남부지검장은 “공안이(공안검사가) 일을 안 하면 나라가 겉으론 조용하지만 속으로 멍이 든다”고 했다. 노 정권은 공공의 안녕을 책임지고 있는 공안 검사들을 이념의 잣대로만 재단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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