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정훈]李총리는 民心아는지…

입력 2005-12-08 02:57수정 2009-10-08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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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이후 구조적으로나 현상적으로 지금이 가장 안정된 시기다.”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가 6일 오후 3시 열린 총리실 확대간부회의에서 한 말이다. 이 총리는 그 근거로 사회 갈등 요소의 해소, 수출의 지속적 증가, 실업률 하락을 들었다. 한국은행이 내년 경제성장률을 5%로 전망한 것도 낙관론의 한 근거였다.

그러나 같은 시간, 국회의원 연구모임인 ‘민생경제연구회’ 초청 강연에서 현정택(玄定澤)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5% 경제성장 전망이 안고 있는 ‘덫’을 경고했다.

“한국은행이 내년 5% 성장을 전망했지만 내년 상반기 중에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 도약의 모멘텀을 상실해 한국 경제에 오히려 더 큰 충격파가 닥칠 수 있다.”

현 원장은 “내년 지방선거 때 선심성 투자 공약 등으로 투자 계획에 영향을 받게 되면 문제가 생긴다. 정치권은 정치 일정에 구애받지 말고 경제 회복에 전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 집권세력의 낙관론은 비단 요즘의 일은 아니다. 이미 2004년 초부터 고위 인사들은 “기득권층이 저항하면서 비관론을 말하지만 경제는 확실히 좋아지고 있다”고 외쳐 왔다. 이병완(李炳浣) 대통령비서실장은 7일 광주 조선대 특강에서 “무역 5000억 달러 실적을 달성했는데도 수구세력은 정부를 흔들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여당인 열린우리당 의원들조차 지금은 경제지표를 앞세워 낙관론을 말하기보다 현 원장 같은 신중한 태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열린우리당의 한 초선 의원은 최근 지역구 주민들과 간담회를 하면서 실컷 욕을 먹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빵을 주든지, 언제까지 빵을 주겠다고 비전을 제시하든지, 그것도 어려우면 ‘솔직히 어렵다. 함께 고통을 나누자’고 실토하고 눈물이라도 흘려야 하는 게 집권층이 할 일이라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민생 현장을 돌아보면서 양극화로 고통 받는 서민의 삶을 살펴본 뒤 말을 하라는 얘기다.

국무총리실이 이 총리의 발언을 굳이 공개한 데는 국민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자는 ‘선의’가 있었을 수 있다. 그러나 많은 국민은 국정을 다루는 지도자들이 국민이 처한 현실을 모르는 듯한 말을 할 때 더 힘이 빠진다.

김정훈 정치부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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