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親盧매체도 못마땅해 ‘代案매체’ 만드나

동아일보 입력 2005-11-07 03:05수정 2009-10-08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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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그제 “적절한 대안매체를 만들고 제도매체(기존매체)가 의제화(議題化)하지 않은 문제를 의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국정홍보처 폐지 법안에 대해 “정부가 정책을 말하지 말라는 것 아니냐. 홍보기능을 훨씬 강화해야 한다”고 되받으며 꺼낸 구상이다.

정부가 민심을 잃은 것이 ‘그리 좋지 않은 정책홍보환경’ 때문이라고 노 대통령은 믿는 모양이다. 하지만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의 지적대로 청와대와 정부가 말을 많이 하는 것은 올바른 국정홍보가 될 수 없다. 구체적인 성과를 내야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는 여당 측 생각이 옳다. 물론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 정책을 만들고 사실대로 잘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노 대통령의 말도 맞다. 문제는 대통령부터 국민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는 데 있다.

야당에서 국정홍보처 폐지 주장을 펴는 이유는 세금으로 운영된다는 사실을 잊은 듯이 정책홍보 아닌 ‘정권홍보’에 급급하기 때문이다. 6일 국정홍보처 홈페이지 ‘국정홍보’ 코너의 사진 5개 가운데 3개는 대통령 사진이다.

노 대통령은 청와대 홈페이지가 자신에 대한 칭송으로 가득 차고, 숱한 친노(親盧)매체들의 엄호를 받아 왔는데도 새로운 ‘대안매체’에 대한 갈증을 느끼는가. 21세기 민주주의 국가에서 유례가 없는 신문악법(惡法)을 갖고도 모자라 ‘정권의 매체’를 만들어야 직성이 풀릴 것인가. 청와대가 “별도의 매체를 창간한다는 것은 오해”라며 급하게 불끄기에 나선 것도 역풍을 어느 정도 감지하기 때문일 것이다.

국가 최고지도자가 “표피에 흐르는 민심과 저류를 흐르는 민심이 항상 같지는 않다”면서 민심마저 ‘코드’에 맞는 것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한 어떤 국정홍보도 역(逆)홍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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