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聯政 접고 ‘民生정치’ 경합하라

  • 입력 2005년 9월 8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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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이제 연정(聯政)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한다. 여소야대(與小野大)와 지지율 추락 탓에 국정운영이 곤란하다는 말도 더는 하지 말아야 한다. 자신과 여당이 이런 상황을 만들었음을 자성(自省)하고, 헌법에 따라 책무(責務)를 다함으로써 임기 전반의 실정(失政)을 만회하기 바란다. 이것이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가진 어제 회담을 지켜본 대다수 국민의 요구라고 우리는 믿는다.

노 대통령은 박 대표에게 ‘민생경제를 위한 초당(超黨)내각’의 구성을 제의했지만 이는 변형된 연정 카드일 뿐이다. 연정을 거부해 온 박 대표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노 대통령이 몰랐을 리 없다. 박 대표는 여야 연립내각 구성을 거부한 것이지, 민생경제를 위한 협력을 거부한 것은 아니다. 노 대통령과 여당은 민생경제를 살리지 못하는 책임을 야당에 떠넘기려 해서는 안 된다.

진정으로 민생경제를 살리고자 했다면 시장원리를 존중하면서, 돈이 나라 안에서 투자되고 소비될 수 있도록 정치 경제 사회적 환경을 조성했어야 했다. 지금부터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 만약 야당과 언론, 기득권층이 민생경제에 역행하는 행태를 보인다면 다수 국민이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노 대통령은 “먹고살기 어렵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는 박 대표의 말에 “국정의 1순위는 항상 경제이며 정치개혁은 2순위”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석 달 가까이 되뇌어 온 연정론과 자신의 거취에 대한 발언이야말로 정치 경제 사회 전반의 불확실성(不確實性)을 키워 민생을 더욱 힘들게 했다. 경제가 위기에 빠진 것은 여소야대 때문도, 지역감정 때문도, 초당내각이 구성되지 않아서도 아니다. 이념 지향적, 아마추어적, 포퓰리즘적 행태와 실사구시(實事求是)를 외면하고 정치게임에 몰두한 ‘정치 과잉(過剩)’이 빚은 결과다.

그럼에도 “연정은 더 이상 꺼내지 않는 것으로 알겠다”는 박 대표의 말에 노 대통령은 “또 다른 대화정치의 방안이 있는지 연구해 보겠다”며 ‘다음 카드’의 가능성을 암시했다. 노 대통령이 계속 아집을 버리지 않는다면 민생경제는 더 어려워지고, 민심은 대통령에게서 더욱 멀어질 것이다. 대통령이 중남미 순방에서 돌아와 개헌론 공세나 민주노동당-민주당과의 ‘소연정’ 카드를 내놓는 것이 아니냐는 일부의 걱정이 현실로 나타난다면 국민은 인내의 한계에 부닥칠 것이다. 여건 야건, 민생정치 경쟁에서 이겨 민심을 잡는 쪽에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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