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육 ‘경쟁력 개혁’ 이끄는 美기업들

  • 입력 2005년 8월 23일 03시 07분


코멘트
미국 기업인들이 초중고교 공교육개혁을 위해 막대한 기금을 내놓고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5년간 12억 달러(약 1조2000억 원)를 기부한 것을 비롯해 마이클 델 델컴퓨터 회장, 월마트 소유주인 월턴 가(家) 등도 교사 재교육과 빈곤층 학비 등을 지원한다.

이들이 거금을 쾌척하는 이유는 미국 교육이 세계의 급변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학교는 즐거워야 한다’는 슬로건 아래 공부를 잘해도 그만, 못해도 그만이라고 내팽개쳐서는 ‘미국의 장래가 어둡다’는 판단에 따라 행동에 나서는 것이다.

게이츠 회장은 “글로벌 경제시대에 고교에서 대학 수학(修學)이나 취업에 필요한 능력을 길러 주지 못한다면 해마다 수백만 명의 인생을 망치는 도덕적 과오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공교육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저소득층 학생들도 직업을 갖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말로는 똑같은 ‘교육개혁’을 내걸지만 우리 정부와 일부 교육운동권은 미국과 정반대의 방향으로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은 학교 간 경쟁과 학교선택권을 통한 실력향상을 추구하는데 우리는 평준화와 학교선택권 박탈로 학력저하를 부채질한다. 미국은 “중국이 이공계 대학 졸업생을 우리보다 5배나 많이 배출한다”며 세계화의 틀 속에서 학생들을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우리끼리’ 평등주의와 학벌 철폐를 외치면서 아이들을 세계화에 뒤처지게 하는 사람들이 득세하고 있다.

공교육의 ‘경쟁력 개혁’에 기금을 내고 목소리도 높이는 미국 기업인들의 ‘교육 선도(先導)’자세를 우리 기업인들도 배울 필요가 있다. 인재가 없다고 한탄하며 외국에서 데려올 궁리만 할 것이 아니라 인재가 길러질 수 있는 국내 풍토를 조성하는 데 앞장서는 기업인들이 나와야 한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해 초 “하향평준화로는 한국을 먹여 살릴 수 없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물 안 삼류(三流)교육을 깨기 위해 교육수요자는 물론이고 기업도 제대로 된 교육개혁을 위해 투자하고 행동할 일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