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전망대]신연수/부동산정책 실험

  • 입력 2005년 7월 5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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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 주택을 재테크 수단으로 생각하면 공동체에는 엄청난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

얼마 전 대통령여론조사비서관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이런 요지의 글을 올렸다.

사실 2000년 이후 강남 주요 아파트단지에 집을 산 10명 중 6명이 3주택 이상 보유자라는 국세청의 조사결과는 놀랍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니까 집값이 오르지…”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정부는 이 조사를 들이대면서 1가구 3주택 이상 보유자를 부동산 투기자로 지목했다. 국세청은 세무조사를 시작했고 한덕수(韓悳洙) 경제부총리는 “한 사람이 집을 두세 채 갖는 것은 좀 비싸게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의 고민과 집 없는 서민의 울분을 이해하더라도 정부의 부동산 실험은 염려스러운 면이 더 많다.

우선 3주택자를 범죄자 취급하면서 세무조사를 하는 것은 지나치다. 이번 조사는 강남에서도 일부 단지만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정책의 근거가 되기엔 약하다. 다주택 보유자가 집을 내놓게 하는 수단이 마땅치 않을뿐더러 효과도 불분명하다.

정부는 세무조사 외에 다주택 보유자의 보유세와 양도소득세를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주택자가 강남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도 집을 갖고 있다면 다른 지역 집부터 팔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10·29대책 후 강남 중대형 집값은 더 올라가고 비강남의 소형 집값만 내린 것 같은 결과가 나타난다.

세금이 매매가격에 전가돼 집값이 더 오르거나, 돈 많은 다주택자들이 집을 안 팔고 버틸 수도 있다.

다주택 보유자에게 한풀이는 할 수 있을지언정, 집값을 안정시키거나 다주택을 줄인다는 당초 목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세금을 함부로 올려서도 안 된다. 땅 투기를 막는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토지초과이득세’는 미실현소득에 세금을 매겨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1994년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았다.

가장 걱정스러운 대목은 정부가 부동산에 대해 기존 관행과 국민의식까지 뿌리째 바꾸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는 점이다.

부동산시장과 관행은 전체 경제 사회와 맞물려 있는 것이지 따로 떼어낼 수 없다. 어떤 정책이든 비용과 대가가 따른다. 정책이 가져올 역작용을 고려해야 한다. 정부 의도대로 다주택자들이 대거 집을 내놓는다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주택공급이 줄고,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능한 대책들을 충분히 검토하기도 전에 “헌법만큼 바꾸기 힘든 부동산정책을 내놓겠다”며 국민에게 지나친 기대를 심어주는 것은 더 위험하다. 기대가 깨졌을 때 정책에 대한 신뢰는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질 것이기 때문이다.

제발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재앙’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신연수 경제부 차장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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