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홍금표]HDTV 콘텐츠가 부족하다

  • 입력 2005년 6월 15일 03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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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날로그가 아닌 디지털의 고화질(HD)로 촬영된 드라마들이 잇따라 제작되면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HD 드라마는 다른 드라마보다 일반적으로 제작비가 두 배 이상 든다고 한다. 그런데도 지상파 방송들은 꾸준히 HD 드라마 제작을 시도하고 있다. 다가올 HD 시장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HD TV가 무려 300만 대나 보급돼 있다. 신혼부부들이 혼수를 장만할 때 아직 값이 비싸지만 HD TV를 구입하고, TV 수상기를 교체하는 가정에서도 아날로그 TV 대신 디지털 HD TV를 구입한다.

흑백 TV를 제1세대, 컬러 TV를 제2세대라고 한다면, HD TV는 분명 제3세대 TV라 할 수 있다. HD TV는 TV의 혁명이다. 방송위원회 계획에 따라 지상파 방송들은 현재 주당 20시간 이상 HD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방송해야 한다. 2008년에는 방송시간의 50%를, 2010년에는 모든 프로그램을 HD로 방송해야 한다. 하지만 이 시기는 더 앞당겨질 전망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뉴미디어를 빨리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인터넷 사용량과 휴대전화 보급률이 그렇듯 뉴미디어의 꽃이라고 하는 HD TV 또한 그렇다. 또 한국의 HD TV 수상기 관련 기술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고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콘텐츠의 공급이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그렇다 보니 기존 아날로그 TV 콘텐츠를 HD TV 수상기로 보면서 화질이 별거 아니라는 사람도 있다. 또 지상파 방송사들이 HD 콘텐츠를 일반 아날로그 TV에 맞춰 화면의 가로 세로 비율을 4 대 3으로 방송하는 경우도 있어 HD 수상기의 화면 양옆에 블랙이 발생하는 바람에 HD TV 수상기 보유자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하지만 HD 프로그램의 장점은 많다. 우선 화질이 기존 아날로그 방송보다 5배 이상 깨끗하고 선명하다. 음질 또한 자연음 그대로 재현할 수 있다. 무엇보다 화면 비율이 16 대 9이기 때문에 사람의 시각에 가장 적합하다. 인간의 시각에 가장 맞는 비율이 16 대 9이기 때문이다. HD 프로그램을 많이 본 시청자들은 아날로그 방송과 확연한 차이를 느낀다고 말한다. 그만큼 HD는 아날로그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화질과 음질이 뛰어나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HD 방송의 이런 장점이 시청자들에게 알려지고, 수상기 보급이 늘어나자 그동안 제작비 등의 이유로 HD를 소홀히 해 왔던 지상파 방송사들도 HD 제작 비중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지상파 방송의 HD 방송 비중은 방송시간 대비 15% 내외이고, HD 전용 채널은 유료방송인 스카이 HD 한 개뿐이다. 이 정도의 콘텐츠 보급량은 시중에 보급돼 있는 HD TV 300만 대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HD TV를 위한 하드웨어는 어느 나라보다도 훌륭하게 갖추어져 있지만, 이 하드웨어를 채우는 소프트웨어인 HD 방송 콘텐츠는 너무나 부족한 것이다. 내년에 열리는 독일 월드컵 경기가 HD로 중계되면 HD TV의 보급 속도는 엄청나게 빨라질 것이다.

HD 콘텐츠의 수요는 HD TV의 품질 체험과 수상기의 보급대수만큼 크게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수십 개의 HD TV 채널 등장을 눈앞에 두고도 HD TV 콘텐츠 공급 대책은 눈에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 지상파 방송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공급업체, 독립제작사, 문화콘텐츠 제작사들이 HD 프로그램을 많이 제작할 수 있도록 정부의 관심이 뒤따라야 한다.

홍금표 한국HD방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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