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김 전 차관이 철도청장 재직 때인 지난해 8월 왕영용 당시 사업개발본부장에게 유전사업 추진 현황을 청와대에 보고하도록 지시하고, 직접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을 찾아가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왕 본부장과 함께 우리은행 임원들을 만나 사업자금을 신속히 대출해 줄 것을 부탁한 혐의도 받고 있다. 철도청이 유전사업을 할 수 있도록 철도교통진흥재단의 정관을 변경한 것 등 각종 편법과 절차적 하자도 김 전 차관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검찰은 보고 있다.
빈틈없는 공무원으로 알려진 김 전 차관이 유전사업을 무리하게 끌고 간 데는 그럴 만한 곡절이 있었을 것이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건교부 통일부 산자부 등이 유전사업에 관여했음을 시사하는 철도청 내부자료가 드러났다. 유전사업이 정부 차원에서 추진됐다고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유전개발 합작회사인 한국크루드오일(KCO) 전 대표 전대월 씨는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의 측근에게 8000만 원을 건넨 사실이 확인됐다. 이 의원은 이 사건 수사가 시작되자 해외로 도피한 허문석 씨를 전 씨에게 소개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자신의 후원회장인 이기명 씨를 통해 허 씨를 알게 됐다고 한다. 이 의원과 이 씨는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중 측근이다.
이 사건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눈먼 조사’로 끝난 것도 몸통의 존재와 무관치 않다고 본다. 감사원은 유전사업의 행정 절차상 잘못만 지적했다. 이 의원에 대해선 수사의뢰조차 하지 않은 채 두둔하기에 바빴다.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유전개발 추진의 배후와 의도를 명명백백하게 밝혀내느냐, 못 하느냐에 검찰의 신뢰가 걸려 있다. 이 사건에 대한 완벽한 수사를 ‘제도 이상의 권력’ 행사라고 할 국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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