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유전개발 ‘배후’ 규명에 검찰 신뢰 걸렸다

  • 입력 2005년 5월 12일 21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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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호 전 건설교통부 차관이 철도청(현 한국철도공사)의 러시아 유전개발사업을 실무적으로 지휘 감독했던 것으로 밝혀져 배임 혐의로 구속됐다. 이제 실제 주도자 또는 배후세력이 밝혀져야 한다. 그리고 사업 추진의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도 국민은 알아야 한다. 대북(對北) 지원과 관련이 있다는 설도 나도는 상황이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이 철도청장 재직 때인 지난해 8월 왕영용 당시 사업개발본부장에게 유전사업 추진 현황을 청와대에 보고하도록 지시하고, 직접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을 찾아가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왕 본부장과 함께 우리은행 임원들을 만나 사업자금을 신속히 대출해 줄 것을 부탁한 혐의도 받고 있다. 철도청이 유전사업을 할 수 있도록 철도교통진흥재단의 정관을 변경한 것 등 각종 편법과 절차적 하자도 김 전 차관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검찰은 보고 있다.

빈틈없는 공무원으로 알려진 김 전 차관이 유전사업을 무리하게 끌고 간 데는 그럴 만한 곡절이 있었을 것이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건교부 통일부 산자부 등이 유전사업에 관여했음을 시사하는 철도청 내부자료가 드러났다. 유전사업이 정부 차원에서 추진됐다고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유전개발 합작회사인 한국크루드오일(KCO) 전 대표 전대월 씨는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의 측근에게 8000만 원을 건넨 사실이 확인됐다. 이 의원은 이 사건 수사가 시작되자 해외로 도피한 허문석 씨를 전 씨에게 소개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자신의 후원회장인 이기명 씨를 통해 허 씨를 알게 됐다고 한다. 이 의원과 이 씨는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중 측근이다.

이 사건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눈먼 조사’로 끝난 것도 몸통의 존재와 무관치 않다고 본다. 감사원은 유전사업의 행정 절차상 잘못만 지적했다. 이 의원에 대해선 수사의뢰조차 하지 않은 채 두둔하기에 바빴다.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유전개발 추진의 배후와 의도를 명명백백하게 밝혀내느냐, 못 하느냐에 검찰의 신뢰가 걸려 있다. 이 사건에 대한 완벽한 수사를 ‘제도 이상의 권력’ 행사라고 할 국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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