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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5월 12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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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등 정부 산하의 일부 기관장 선임을 둘러싸고 ‘보이지 않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기관장 공석(空席) 상태가 장기화 돼 업무에 차질을 빚는 부작용도 생기고 있다.
▽질질 끄는 공모=인천공항공사 사장은 3월 말 전임 조우현(曺宇鉉) 사장의 임기만료에 따라 3차례나 공모를 실시했으나 무산돼 10일 4차 공모에 들어간 상태다.
1차에 유력했던 전직 고위관료는 검증단계에서, 2차 때는 추병직(秋秉直) 후보가 추천됐다가 건설교통부 장관으로 발탁되는 바람에 무산됐다. 3차 때는 최종찬(崔鍾璨) 전 건교부 장관과 윤웅섭(尹雄燮) 전 한국공항공사 사장 등 3명이 복수 후보로 추천됐으나 거부됐다.
140조 원 규모의 기금을 관리하는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 자리는 4개월째 공석이다.
올 1월 20일 장석준(張錫準) 전 이사장이 대한적십자사 사무총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1, 2차 공모를 통해 3명씩 6명을 추천했지만 모두 ‘불가’ 판정을 받았다. 김근태(金槿泰) 보건복지부 장관이 추천한 인사가 퇴짜를 맞기도 했다고 한다.
한국가스공사는 최근 공모 결과 11명이 지원했으며, 정동윤(鄭東允) 전 사장의 4·30 재선거 출마로 공석이 된 지역난방공사 사장 공모에는 조영동(趙永東) 전 국정홍보처장, 홍기훈(洪起薰) 전 의원 등이 응모해 경합을 벌이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해 10월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고석구(高錫九) 전 사장이 최근에야 사표를 제출함에 따라 6일 가까스로 공모에 들어갔다.
▽인선난, 실세가 없기 때문?=인선이 난산을 겪는 1차적인 이유는 청와대가 올해 들어 몇 차례 인사실패 후 인사 검증 기준을 강화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인사검증 기준은 강화된 반면 경쟁자끼리 상호 약점 들추기 등은 여전해 인선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여권 실세들 간의 파워게임이 인선난의 한 원인이라는 주장도 있다. 고위직 인사에 영향력을 발휘해 온 것으로 알려진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이 러시아 유전사건으로 인해 발이 묶이는 바람에 ‘인사 교통정리’가 잘 안 되는 측면도 있다는 것.
▽업무 공백은 어떻게=인천공항공사의 경우 사령탑 부재가 계속되면서 최근 관리이사가 부사장을 임명하는 ‘웃지 못 할’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은 기획이사마저 지난해 말 그만둬 업무이사 혼자 ‘1인 3역’을 맡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각에서는 ‘무늬만 공모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모 공기업 사장 공모에 응했던 한 인사는 “공기업 사장이 되려면 청와대의 입맛에 맞고 특정부서 출신이어야 한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며 “형식은 공모이지만 결국은 자리 나눠먹기 같더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정부 측은 “적임자를 찾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불가피한 진통”이라고 해명했다.
| 공모 중인 정부 산하기관장 현황 | |
| 인천국제공항공사 | 3월 말 사장 임기 종료 후 3차례 공모 실시했으나 무산돼 4차 공모 실시 |
| 한국가스공사 | 4월 초 오강현 전 사장 해임 결의에 따라 현재 11명 공모에 참여 |
| 한국수자원공사 | 지난해 10월 고석구 전 사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으나 사표 제출하지 않아 공모 늦춰지다 6일에야 공모 실시 |
| 국민연금관리공단 | 1월 장석준 전 이사장이 대한적십자사 이사장으로 이동한 뒤 2차례 공모 실시했으나 무산돼 4개월째 공석 |
| 지역난방공사 | 정동윤 전 사장의 4·30 재선거 출마로 현재 공모 진행 중 |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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