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조수진]‘검찰의 피의자 보호’ 명분은 좋지만…

  • 입력 2005년 4월 26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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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25일 발표한 ‘수사 보도에 따른 피의자의 인권보호 대책’은 명분은 좋다. 무분별한 피의사실 공표와 보도로부터 피의자를 보호하겠다는 것을 누가 반대하겠는가.

그러나 피의사실 공표를 문제 삼는 사람들이 주로 누구인지 따져 보면 검찰이 왜 갑자기 이 문제를 강조하는지 그 ‘속셈’을 알 수 있다.

올해 초 기업에서 불법 채권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부영(李富榮)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검찰의 무분별한 피의사실 공표로 인격권 등을 침해당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냈다.

또 지난해 초 대선자금 수사 때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인제(李仁濟) 자민련 의원은 “파렴치한 범죄자로 몰아가는 검찰을 용납할 수 없다”며 안대희(安大熙)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을 고발했다.

2003년 8월 굿모닝시티 수사 때 집권 여당 대표이던 정대철(鄭大哲) 전 의원은 불법 자금 수수 혐의가 드러나자 “검찰이 피의사실을 마구 공표하고 있다”며 검찰을 비난했다.

이처럼 피의사실 공표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은 대부분 피의사실 공표의 ‘보호막’에 둘 수 없는 공인(公人·Public Official)이다. 대부분의 형법학자들은 공인의 피의사실을 공표하거나 보도하는 것은 위법성이 없어 피의사실 공표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검찰이 25일 ‘오보를 한 기자의 출입제재’ 운운하며 피의사실 공표 금지 강화 방침을 밝힌 것은 그래서 씁쓸하다. ‘여권 실세’의 연루 의혹이 현재 수사 중인 시점에서, 또 청와대의 지시에 따른 것이란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에 대한 비판이 거세자 김종빈(金鍾彬) 검찰총장은 26일 “25일이 마침 ‘법의 날’이어서 인권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얘기한 것이며 바뀐 것은 전혀 없다”고 했다.

김 총장의 말대로라면 기자들이 또 오보를 한 셈이고, 검찰 지침대로라면 출입제재감이다.

검찰의 ‘대책’과 김 총장의 ‘해명’이 앞으로의 수사 현장에서 어떤 모양으로 나타날지 지켜볼 일이다.

조수진 사회부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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