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송봉현]기술사제도 법체계 일원화를

  • 입력 2005년 3월 10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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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시장이 개방되면서 국제적으로 전문 기술사(Professional Engineers)의 국가 간 상호인증이 추진되고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과정에서도 기술사의 상호 인증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세계를 상대로 한 시장경제 체제 아래서 기술력 우위 확보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이 싸움의 중심에 과학 기술 인력이 있고 현장 기술을 주도하고 있는 기술사는 과학 기술 인력의 한 축을 맡고 있다.

우리나라 기술사제도는 경제개발 핵심 인력으로 양성 및 활용하기 위해 미국과 일본의 기술사제도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도입 초기에는 우수 이공계 인력의 주요 진로가 되었다. 그러나 권위주의 시절 기술사제도가 기능사 산업기사 등을 포괄하는 국가기술자격법에 흡수되면서 전문자격제도의 본질이 크게 훼손되었다. 세계에 유례가 없이 기술사법과 국가기술자격법으로 이원화된 법체계와 주무 부처가 15개나 되는 복잡한 관리 체계로 인해 기술사 시험에 합격하지 않아도 기술사와 대등한 자격을 부여하는 소위 ‘인정기술사’가 양산됐다. 이제 기술사제도는 우수 이공계 인력들에게서 외면당하고 있으며 사실상 붕괴 상태에 이르렀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기술사제도를 총괄해 온 노동부는 현행 제도의 틀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견지하고 있다.

2004년 12월 대통령이 의장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의 과학기술중심사회추진기획단이 ‘우수 기술사 육성·활용 방안 수립’에 관한 연구보고서를 내놓았다. 이 보고서는 전문성과 경쟁력을 겸비한 우수 기술사를 육성할 방안을 제시하고 있어 기술사들의 기대가 한껏 부풀었다. 그런데 지금 부처 이기주의와 노동부의 완강한 버티기에 부닥쳐 비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이 ‘기술사의 전문성 제고’ 차원에서 제도 개선을 지시했음에도 그 뜻을 비켜 가려 하고 있다.

기술사제도를 기술사법으로 일원화하고 기술사법에 따라 책임 있는 주관 기관을 제도화하는 것은 기술사를 상대로 2002년과 2004년 조사한 설문에서도 각각 응답자의 77%, 95%가 찬성한 핵심 사항이다. 2003년 10월 노동부가 전문가에게 의뢰해 만든 정책연구보고서에도 “기술사제도는 기술사법 체계로 일원화하고 관리 부처도 고급 과학 기술 인력 주관 부처로 환원하여 국가기술력 향상의 핵심 축으로 일으켜 세워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렇지만 노동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기술사제도를 노동정책을 관장하는 기관에서 담당하는 사례가 과연 어느 나라에 있는가. 모든 제도에는 이를 뒷받침할 만한 이유가 있고 그럴듯한 논리가 있다. 기술사제도를 국가기술자격법 체계에 묶어 두려는 논리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권위주의 시대에 기술사들의 반대를 무시한 채 만든 현 제도는 개혁은 말할 것도 없이, 외국의 기술사제도 및 국내 다른 전문자격제도와 견주어 봐도 단일법 체계로 정립되어야 하는 게 마땅하다. 기술사들이 특혜를 요구하는 게 아니라 제도를 올바로 되돌리라는 것이다.

공무원들이 부처이기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개혁과 혁신은커녕 답이 명확한 제도 개선조차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노동부는 누구를 위하여 왜곡된 현재의 기술사제도를 그대로 끌고 가려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왜 이공계 전문자격을 제도적으로 홀대해 이공계 우수 인력 육성을 저해하는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과학기술중심사회추진기획단장은 20년간 주장해 온 기술사제도 일원화 관련 법 개정을 더 이상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

송봉현 한국기술사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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