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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3월 2일 19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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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26일 중국에서 열린 제6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에서 파죽의 5연승을 거둬 한국 팀을 우승으로 이끈 이창호(李昌鎬·30) 9단은 2일 서울 성동구 홍익동 한국기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부진했는데 연승을 거둬 다행”이라고 말했다.
바둑 팬들은 농심배 직전 열린 국수전에서 최철한 9단에게 내리 0 대 3으로 패했던 그가 농심배에서 화려하게 부활하자 “과연 이창호”라며 열광했다. 그가 중국에서 귀국한 지난달 27일 100여 명의 팬들이 인천공항에서 플래카드를 내거는 등 환대했다.
“팬들이 공항에 나온 것은 처음입니다. 제 성적이 좋지 않으면 팬들이 더 관심을 가져줍니다. 앞으로는 그런 상황을 만들지 말아야 할 텐데 뜻대로 되진 않네요.”
그는 국수전에서 완패를 당했을 때 당황했다고 말했다.
“대회 시작 전에는 자신이 있었는데…. 최 9단이 저보다 전략적으로 뛰어났고 자기 스타일대로 바둑을 이끄는 힘이 있었습니다. 저도 설명할 수 없는 승부의 비결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9단은 최 9단뿐만 아니라 이세돌 9단 등 후배기사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얼마나 더 전성기를 누릴 수 있을까.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즐거운 바둑을 두고 싶어요. 이세돌 최철한 9단 덕분에 저도 예전보다 설렘을 갖고 바둑을 둡니다. 신예 기사들의 끝내기 실력도 저 못지않아 최근엔 초중반 연구에 힘을 쏟습니다.”
그는 생활 습관도 바꿨다. 예전엔 오전 3, 4시가 넘어서 잤으나 체력 부담을 우려해 늦어도 오전 1시에는 눈을 붙인다.
앞으로 목표가 뭐냐고 묻자 뜻밖에 ‘인생’을 거론했다.
“인생도 즐기고 싶습니다. 지금까진 바둑 외길을 달려왔어요. 바둑에 대해 최선의 자세는 유지하겠지만 바둑 외에 하고 싶은 일이 많습니다.”
그는 즐기고 싶은 것을 구체적으로 말하진 않았으나 인생이 즐거우면 바둑도 더 즐겁게 둘 수 있다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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