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프로야구 연봉 ‘백지 위임’ 유행… 그 속내는?

  • 입력 2005년 1월 19일 18시 21분


“알아서 주세요.”

프로야구판에 ‘백지 위임’이 유행이다. 간판선수들이 너도 나도 “구단에서 주는 대로 받겠다”고 한다.

임창용은 18일 삼성 복귀를 선언하며 ‘백지 위임’을 했고 이에 앞서 현대 정민태, 삼성 배영수, 두산 김동주도 연봉액수를 구단에 일임했다.

명색이 프로선수들이 협상 대신 백지 위임을 선택하는 건 사실상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는 행위. 그럼에도 백지위임을 하는 건 세 가지 경우에서다.

첫 번째는 성적이 안 좋아 처분만 바라겠다는 유형. ‘제발 많이 깎지 마세요’라고 메시지를 보내는 것과 같다. 연봉 협상만 12년을 한 두산의 이복근 과장은 “백지 위임을 하는 대부분의 선수가 이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최고연봉인 7억4000만원을 받고도 겨우 7승(14패)만 한 현대 정민태가 대표적인 케이스.

두 번째는 야구 외에 다른 일로 물의를 빚어 명예를 지키기 위해 위임장을 던지는 경우다. 은퇴 선언으로 물의를 빚은 김동주와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해외 진출에 실패한 임창용은 구단에 볼 낯이 없어 백지 위임을 했다.

세 번째는 ‘음, 얼마나 올려주는지 볼까?’하고 주사위를 구단 쪽으로 넘기는 배짱형. 최고의 성적을 거둔 뒤 대폭 인상을 기대하는 경우다. 삼성의 권오택 홍보차장은 “선수 자존심도 세워줘야지, 팬들 눈치도 봐야지, 사실 이런 선수들이 더 골치 아프다”고 털어놨다.

다승왕에 한국시리즈 12이닝 노히트노런, 페넌트레이스 최우수선수(MVP)인 배영수(삼성)가 바로 이 경우. 과거 이승엽도 최고의 성적을 거둔 뒤 백지위임을 많이 했다.

하지만 섣불리 백지 위임을 했다가 뒤통수 맞는 경우가 있으니 선수들은 조심하길. 정민태는 구단에서 25% 삭감을 결정해 19일 5억5500만원에 계약했고 배영수는 최소 150%를 기대했다가 100%만 인상된 2억2000만원에 꼼짝없이 도장을 찍어야 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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