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600억원짜리 지자체 廳舍라니

  • 입력 2005년 1월 6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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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시군구청 청사(廳舍)와 지방의회 건물을 호화스럽게 신축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곳이 한둘이 아니다. 건축비만 1620억 원을 들여 7만9000여 평의 터에 연면적 2만4000여 평짜리 건물을 짓고 있는 경기 용인시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만하다.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보다도 큰 규모라고 하는데 과연 그런 건물이 필요한지 따져봐야 한다.

시청 시의회 건물 신축과 관련해 감사원 감사를 받는 지자체가 용인시를 포함해 26곳에 이른다. 기초단체장들이 청사 건물을 그럴듯하게 지어야 업적을 남긴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다. 행정자치부는 2002년에 공무원 직급별로 지방청사의 표준면적 기준을 만들어 놓고도 구속력이 없다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다. 지방행정과 재정을 감시해야 할 지방의회는 오히려 한통속이 돼 호화 건물 신축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부 지방의 공무원들은 아직도 관존민비(官尊民卑) 의식에 젖어 건물이 웅장해야 권위가 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공무원들의 낡은 사고방식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실직자가 줄을 잇고 생활보호대상자가 즐비한 시군구에서 1000억 원대가 넘는 호화청사를 짓고도 공직자들의 마음이 편안한지 궁금하다.

선진국에 가 보면 시청 건물이 너무 허름해 위압적인 관공서 건물에 익숙한 한국인들에게는 문화충격으로 다가올 정도다. 공무원들이 근무하는 건물을 호화롭게 꾸미는 데 쓸 예산이 있다면 시민복지를 위한 용도로 돌려야 마땅할 것이다. 청사를 필요 이상으로 크게 지어놓으면 관리비가 더 들어갈 테니 두고두고 예산을 축낼 수밖에 없다.

지역 주민도 시장 군수가 과연 세금을 건전하게 쓰고 있는지 감시하는 일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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