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언론재단 이사장 결국 쫓아내나

  • 입력 2004년 12월 26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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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재단의 새 이사장 선임 파문은 집권 측이 낙점한 사람을 앉히기 위해 노골적으로 산하 단체장 인사에 개입한 사례다. 정부는 대선 때 노무현 후보의 언론정책고문을 맡았던 서동구 씨를 언론재단의 새 이사장에 앉히려 했으나 이사회 결과 박기정 현 이사장이 선출되자 ‘박 이사장 쫓아내기’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문화관광부는 “장관이 임명을 거부하는 것보다는 자진 사퇴하는 게 낫다”며 박 이사장에게 그만두라는 압력을 넣는가 하면,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맞춰 “문화부가 이사장 승인을 하지 않을 것 같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 박 이사장한테는 언론재단에 대한 예산 지원과 정부 광고 중단 문제까지 거론했다고 한다.

이번 이사장 선출에 법적 하자는 없다. 그런데도 온갖 수단을 동원해 사퇴시키려는 정부의 대응은 그 자체로 부당할 뿐만 아니라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구태(舊態)를 반복하는 것이다. 이것이 정부의 ‘개혁 인사’이고 ‘시스템 인사’인가. 스스로 민주화 세력임을 내세우는 정권의 이중성에 할 말을 잃을 정도다.

정부가 물불을 가리지 않는 것은 서 전 언론정책고문을 어떻게 해서든지 그 자리에 앉히기 위한 목적임이 분명하다. 여당은 신문법 개정을 통해 언론재단을 언론진흥원으로 개편하고 사실상의 정부 기구로 만들어 ‘언론개혁’ 작업을 지휘할 것으로 알려졌다. 새 기구가 할 일은 친여(親與) 매체를 집중 지원하는 일이라고 한다. 결국 비판 언론을 통제하려는 의도를 명백히 드러낸 셈이다.

정부 산하단체의 운영은 민주적 절차를 통해 이뤄져야 하는데도 그 운영주체인 이사회를 허울뿐인 존재로 만드는 것은 바로 정부였음이 드러났다. 이번 파문은 여전한 ‘코드 인사’와 인사시스템 무시, 언론 통제에 대한 끝 모를 집착 등 이 정부의 여러 문제를 총체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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