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일각, 당지도부의 이철우 사건 대응 비판

  • 입력 2004년 12월 12일 14시 42분


코멘트
열린우리당 이철우 의원의 '과거 북한 노동당 가입' 의혹 사건이 터진 이후 한나라당 내부가 심상치 않다.

그 동안 당 지도부의 '이철우 의원 사건' 대응에 침묵을 지켰던 원희룡 최고위원 등 소장파는 물론 이재오, 홍준표 의원 등 비주류가 주말부터 "당 지도부의 대응이 잘못됐다"고 비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원 최고위원은 "일단 선거를 통해 검증받은 인물인데다 이념이 바뀌었다고 밝힌 만큼 불행한 시대 상황 속에서 이뤄진 행위에 대해 이념이 의심스럽다거나 간첩 운운하는 것은 도가 지나쳤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런 식의 '진실 공방'으로 가게 되면 이 의원의 과거 아픈 상처가 덧날 수 있는 만큼 명확히 할 부분이 있으면 스스로 먼저 나설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해 사태 해결을 위한 이 의원의 적극적인 자세를 요구하기도 했다.

재야 출신인 이재오 의원도 11일 경주에서 열린 한나라당 국가발전전략연구회와 '뉴라이트' 핵심 관계자 공동 세미나에서 "지금 한나라당의 모습이 결정적으로 나타난 것이 '이철우 사건'이다. 이런 대응을 보고, 이 모습을 보고서는 희망이 없다"며 "이 의원이 지금 노동당에 가입된 것도 아니고, 이 의원이 숨겨서 그런 것도 아니고 4년 징역을 살았는데 이런 식의 대응은 곤란하다"고 사실상 박근혜 대표와 김덕룡 원내대표를 겨냥했다.

그는 "물론 이 의원도 이전의 사실에 대해 숨기지 말고 밝혀야하겠지만 그러지 못해 여야 모두 이를 확대 재생산하고 정치가 실종되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검사 출신인 홍준표 의원도 기자와 만나 "김덕룡 원내대표가 완전히 정신이 나간 것 아니냐. 주성영 의원 같은 XX에게 보도된 것을 떡 하니 오려가지고 이걸 말하라는 식으로, 그 엄청난 것을 그런 식으로 다루면 어떻게 하느냐"며 "지금은 원내전략이고 뭐고 한나라당에는 아무 것도 없다. 어떻게 재판까지 받아 심판받은 이에게 그런 식으로 접근을 하느냐"고 감정을 폭발시키기도 했다.

또 당내 운동권 및 386 의원들도 당의 강공 드라이브에 거리는 두는 모습이었다.

성균관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고진화 의원은 "영남 초선의원들이 선봉에 서서 '간첩' 발언을 한 것은 색깔론과 지역주의가 결합한 결과라는 점에서 더욱 큰 문제"라면서 "특히 이번 사건은 색깔론의 차원을 넘어 과거 공작정치와 유사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한때 반국가단체 수괴였던 적이 있었지만 대통령이 되고 노벨평화상까지 받았다"면서 "이 같은 점을 고려하지 않고 10년전 관점으로 한 개인의 정치생명을 좌우할 문제에 경솔하게 접근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같은 당내 일각의 움직임과 관계없이 이철우 의원의 의원직 사퇴 촉구와 함께 다른 386 운동권 출신 의원들에 대한 사상검증을 시도하는 등 확전을 준비중이다.

[디지털뉴스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