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나라당, 국회로 들어가라

  • 입력 2004년 11월 4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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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파행이 9일째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이 어제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해찬 총리 망언 규탄 및 파면 촉구대회’를 가졌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노무현 정권은 민심 불감증을 넘어 민심 불복증에 걸렸다”면서 민심에 승복해 이 총리를 즉각 파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나라당은 오늘 있을 노 대통령의 방송대담을 지켜보고 등원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한다. 대통령에게서 적절한 수준의 유감 표명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제1야당으로서 적절한 대응이 아니다. 국회 파행의 1차적 책임이 총리에게 있다고 해도 국회를 놔두고 장외투쟁을 계속하는 것은 옳지 않다. 싸우더라도 국회 안에서 싸워야 한다. 이 총리의 발언과 행태가 국회를 경시(輕視)하고 대의민주주의를 부정한 것이라면 그 진의를 추궁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해임건의안이라도 내야 한다. 장외에서 으름장이나 놓고 있어서야 국회 파행의 책임을 뒤집어쓰기밖에 더하겠는가.

‘좌파’ 논란도 마찬가지다. “야당이 이 정권을 좌파로 몰아서 경제가 어렵다”는 여권의 역공(逆攻)에 반박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다. ‘좌파’라는 표현의 적절성 여부를 떠나 국민 다수가 이 정권의 이념적 성향이나 정책에서 반(反)자유주의적, 반(反)시장적 분위기를 느끼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이런 공감대를 왜 논리적인 자료로 실증화해서 제시하지 못하는가. 당의 역량이 그 정도도 안 된다면 누가 한나라당을 대안(代案)세력으로 생각하겠는가.

한나라당은 당장 국회에 들어가야 한다. 현안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미국 대선 이후 한미관계 재점검 문제나 여당이 밀어붙이려는 4대 쟁점 법안은 모두 야당의 합리적인 비판과 견제를 필요로 한다. 국민은 장외투쟁이라는 구태(舊態) 대신 민생과 경제를 챙기면서 집권세력의 독선과 무능도 따질 줄 아는 야당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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