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집권당 내 ‘바른 소리’ 주목한다

  • 입력 2004년 11월 5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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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안에서 여권의 정국운영 방식과 관련해 ‘이렇게 가선 안 된다’는 자성(自省)과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는 요즘 국민이 집권당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의원들이 체감한 민심 이반(離反)현상이 얼마나 심각한지가 그대로 담겨 있다.

그제 당내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모임(안개모)’ 회장인 유재건 의원은 이른바 ‘4대 입법’의 연내 강행 처리 방침과 관련해 “한두 달 늦춰도 국민과 함께 해야지 일방적인 것은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일부 의원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재선에 마땅치 않은 반응을 보인 데 대해 “그런 말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서 위험이 더 커지게 해선 안 된다”고 염려했다.

며칠 전에는 “개혁하자면서 마치 혁명을 하듯 조급하게 덤볐던 건 아닌가”(김부겸), “개혁의 당위만 앞세워 국민과 야당 설득에 소홀했다”(신학용), “탈레반 식 사고는 국정운영의 기본자세가 아니다”(안영근)는 등 집권 핵심을 향한 고언(苦言)이 쏟아졌다. 이들 의원들의 발언에는 여론을 거스르고 야당의 존재를 부인하는 듯한 집권 수뇌부의 밀어붙이기 정치에 대한 우려가 배어 있다.

지금 여당은 국정안정과 민생 경제의 회복을 바라는 국민 다수의 뜻과는 거꾸로 가고 있다. ‘개혁’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연일 야당, 사법부, 언론, 사학, 종교계 등 여러 분야와 전선(戰線)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형국이다. 국회 파행의 원인을 제공해 놓고 ‘먼 산’ 바라보듯 하는 반(反)의회주의적인 행태도 비난받아 마땅하다.

집권당은 이제라도 달라져야 한다. 정치는 승부가 아니라 설득과 타협이다. ‘4대 입법’만 해도 야당과의 협상과정에서 국민의 동의(同意)를 구해야 한다. 독선(獨善)은 개혁이 아니다. 집권 수뇌부는 여당 의원들의 ‘바른 소리’를 흘려듣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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