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이달중순까지 의대 증원 승인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1일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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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올해 모집정원 1550명안팎 증원

서울 시내 대형병원에서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 등이 오가고 있다. 2024.4.30 뉴스1
서울 시내 대형병원에서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 등이 오가고 있다. 2024.4.30 뉴스1
전국 의대 40곳이 내년도 신입생을 올해보다 약 1550명 늘려 4600여 명을 선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고 했지만 국립대 8곳과 사립대 4곳이 자율 감축에 동참하며 모집 인원이 다소 줄었다.

30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증원된 의대 32곳 중 30곳은 이날까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내년도 모집 인원을 포함한 대입 전형 시행계획 변경을 신청했다. 의전원이라 승인이 필요 없는 차의과대와 모집 인원을 결정하지 못한 전남대를 제외한 모든 의대가 내년에 뽑을 신입생 규모를 정한 것이다. 국립대 8곳은 증원분 절반을 자진 반납했고, 사립대는 울산대 성균관대 아주대 영남대가 증원 규모를 10∼20명씩 줄였다.

다만 서울고법은 이날 의대 증원 집행정지 항고심 심문에서 “법원 결정 전에는 최종 승인이 나지 않아야 한다”며 5월 중순까지 증원 승인을 보류하라고 요구했다. 법적 구속력이나 강제력은 없는 요구였지만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처음 제동을 건 것이다. 재판부는 또 13∼18일 가처분 인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의대증원 완료”… 법원 “2000명 근거자료 10일까지 내라”


[의료혼란 장기화]
지방 국립대 8곳, 증원분 절반 감축 등… 의대 30곳 내년 전형계획 신청
법원 “최종 결정까지 기다려라” 제동
이달중 모집공고 계획 차질 가능성
“수시 정시 등 전형별 배분 방식 등은 바뀔 수 있지만 제출된 내년도 모집 인원은 안 바뀐다.”(교육부 관계자)

내년도 의대 증원분을 배정받은 대학 32곳 중 30곳이 30일까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내년도 대입 전형 시행계획 변경을 신청한 것을 두고 정부 관계자는 “이제 의대 증원 방침을 되돌리는 건 불가능하게 됐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이날 법원에서 “법원 결정 전까지 정부가 증원을 최종 승인해선 안 된다”고 요구하고 나서며 정부의 속도전에 다소 제동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지방 국립대 8곳, 증원분 절반 반납

의대 증원이 결정된 지방 국립대 9곳 중 8곳은 ‘증원분 50∼100% 내 자율 감축’에 동참하며 증원분의 절반을 줄였다. 정원을 731명 늘리기로 했다가 367명만 늘리기로 한 것이다. 당초 자율 감축 건의문 작성에 동참하지 않았던 부산대와 전북대도 다른 대학에 비해 증원 규모가 컸던 점 등을 감안해 자율 감축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전남대의 경우 “내부 논의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며 이날 모집 인원을 결정하지 않았다.

사립대 중에는 울산대 성균관대 영남대 아주대만 자율 감축에 동참했다. 국내 최대 병원인 서울아산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울산대는 전날 증원 규모를 80명에서 60명으로 20명 줄이겠다고 했다가 이날 다시 “10명만 줄이겠다”고 밝혔다. 영남대는 증원 규모를 44명에서 24명으로 줄였다. 성균관대와 아주대는 원래 증원분 80명에서 10명 줄어든 70명만 각각 늘리기로 했다.

다만 사립대 대부분은 “증원분을 감축할 명분도 이유도 없다”며 배정된 인원을 내년부터 모두 뽑겠다고 밝혔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의사단체는 증원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는 만큼 증원 규모를 줄이더라도 설득이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순천향대는 모집 인원을 밝히지 않았으나 역시 배정된 정원을 대부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사립대 관계자도 “의대 증원은 이번이 아니면 어렵다”며 “우수 인재를 유치할 수 있고 등록금 수입이 보장되는 기회를 포기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 정부 “큰 영향 없어”, 의사단체 “증원 불합리 인정”

이날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의대 교수, 전공의, 의대생 등 18명이 낸 의대 증원 집행정지 항고심 심문에서 “5월 중순까지 결정할 테니 그 전에 (모집 인원) 최종 승인이 나지 않게 해야 한다”고 했다. 또 정부 측에 “증원 규모 2000명의 근거와 배정 방침 등의 자료를 10일까지 내면 그 다음 주 (가처분 인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1심을 심리한 서울행정법원은 “(의대생 등이) 직접적 이해 당사자가 아니다”라며 각하했다. 하지만 항고심 재판부는 “정원이 늘면 직접 당사자인 대학 총장이 법적 다툼을 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그러면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경우 다툴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인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또 “모든 행정 행위는 사법 통제를 받아야 한다. 최근 판례를 보면 제3자의 원고 적격을 확대하는 경향이 있다”며 당사자 적격성을 인정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를 두고 각하 결정을 내린 원심과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법원에서 제동을 걸면서 가능한 한 빨리 증원 절차를 마무리하려던 정부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정부는 당초 대교협의 시행계획 심의를 조속히 마치고 5월 중 각 대학 홈페이지 공고 및 수시모집 요강 발표를 마칠 방침이었다.

정부 관계자는 “재판부가 요건과 절차를 따져보겠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며 “대교협 승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전국의대교수협의회 김창수 회장은 “법원 요구대로 2000명 증원의 근거를 제출하면 정말 과학적 근거에 입각해 정원을 결정·배분한 것인지 명명백백하게 드러날 것”이라며 환영했다. 의료계는 증원의 과학적 객관적 근거가 없는 만큼 증원 여부와 규모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대구=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전주=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의대 증원#의사단체#법원 근거자료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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