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해찬 총리, 총리 자격 있나

  • 입력 2004년 11월 3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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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국무총리의 한나라당 폄훼 발언에서 비롯된 국회 파행 상태가 일주일을 넘어섰다. 그러나 원인 제공자인 이 총리는 여전히 막무가내다. 국회야 어떻게 되든 말든 상관없다는 오불관언(吾不關焉)의 강경 자세다. 이 총리의 한 측근은 “솔직히 대(對)정부 질문의 실효성도 없지 않느냐. 국정감사 재탕 삼탕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국회 대정부 질문의 무산에 책임을 느끼기는커녕 오히려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정도다.

국회가 어떤 곳인가. 의원들이 국민을 대신해 법을 만들고, 나라살림이 제대로 굴러가고 있는지 챙기고 따지는 곳이다. 대정부 질문만 해도 의원과 총리, 장관간의 문답 형식이지만 그 의미는 국민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마치 국회가 열려도 그만, 안 열려도 그만이라는 자세를 취하고 있으니 대의(代議)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 아닌가.

총리라면 나라가 어수선할수록 정국 안정을 위해 복잡한 매듭을 풀어나가는 정치력 행정력을 보여야 한다. 여야 싸움 속에서 불필요한 전선(戰線)이 확대되지 않도록 정파를 초월해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해야 한다. 더구나 자신의 막말로 정국 파탄을 불렀다면 일이 확대되지 않도록 수습에 나서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이 총리는 오히려 정반대로 가고 있다. ‘동반 사과론’을 제기하며 한나라당의 사과 요구를 거부했고 여당 내부의 중재 노력마저 외면하고 있다. 이 바람에 한나라당은 “이제 사과로도 안 된다”며 이 총리 파면을 요구한 데 이어 오늘은 규탄대회까지 연다고 한다. 이 총리가 자초한 일이다.

‘동아일보’의 전통과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을 해놓고 일언반구(一言半句) 대응이 없는 것도 무책임한 일이다. 특히 발언의 배경, 의도 등을 밝히라며 ‘동아일보’가 공개 질의를 했으면 이에 답변하는 것이 총리로서 당연한 자세다. 그러나 일을 저질러 놓고 뒷일이야 어떻게 되건 말건 개의치 않겠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으니 그런 오만(傲慢)이 없다.

지금 이 총리는 국정을 통할하는 내각 수장(首長)이 아니라 집권세력의 이익을 위해 온몸을 바치는 ‘행동대장’쯤으로 비치고 있다.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를 무시하고, 정치적 파트너인 야당의 존재를 부인하며,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인 언론자유를 훼손하는 일을 서슴지 않고 있다. 국정 안정이나 민심 존중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제는 이 총리가 과연 총리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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