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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9월 15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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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부푼 정부 ‘中期재정운용’▼
다시 말해서 우리 경제가 앞으로 5년 동안 연평균 5% 정도의 실질경제성장만 해주면 막대한 재원이 소요될 수도 이전을 포함한 11대 국책과제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적자재정과 국가부채 문제도 문제없이 해결되리라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5년, 아니 실제론 3년반 후엔 우리나라가 자주적 군사강국이면서 동시에 세계 일류상품 1000개를 생산하는 과학기술 8대 강국이 되어 있을 것이다. 농촌의 평균소득이 도시보다 높아지고 지방대 졸업생도 취직이 잘되어 모든 지역이 골고루 발전할 뿐 아니라 노인과 아동을 포함한 사회복지도 상당한 수준에 도달하고 골치 아픈 사교육비 문제도 해결되어 있을 것이다.
정부의 발표는 이론적으로는 언뜻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매년 5% 정도의 실질 경제성장을 할 경우 총세입 규모가 매년 7.4%씩 증가해 5년 동안 1231조원의 재원이 확보된다. 그 다음, 재정적자를 우려해 신중하게 매년 지출을 6.3%씩만 늘리면 5년 동안 1109조원을 쓰게 되고 남는 돈으로는 국가 빚을 갚고 167조원으로 예상되는 11개의 대형국책사업을 충분히 감당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발표를 접하면서 많은 사람이 정부의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지 않은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지금 이렇게 수렁에 빠져 있는 우리 경제가 어떻게 불과 3년반 만에 수입도 안 되는 그 많은 국책사업을 벌이면서 재정건전성도 회복하고 또 골고루 잘사는 사회가 될 수 있을까.
▼경제 발목 잡으면 불가능한 일▼
의문에 대한 첫 번째 실마리는 경제성장률에서 찾을 수 있다.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력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가정했을 뿐 아니라 이번 계획의 가장 큰 오류로 경제성장률을 주어진 외생변수로 보고 그에 맞추어 모든 계획을 짰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경제에서 경제성장률이란 정부와 기업을 포함한 모든 경제주체가 시장에서 행동하는 결과로 나타나는 내생변수인 것이다. 지금처럼 정부가 성장잠재력 증대보다 불요불급한 대형 국책사업, 복지노동, 국방비 증액 등에 우선적으로 재원을 배분하게 되면 5%의 실질경제성장은 달성이 불가능해질 것이다. 그러면 5% 실질경제성장을 희망하면서 짠 계획은 모두 허사가 되어버리고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시 적자국채를 발행해야 하니 결국 국가부채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의문에 대한 또 다른 실마리는 대형 국책사업에 대한 소요 비용이 지나치게 낮게 계상되었거나 사회보험재정 적자 등으로 인해 야기될 재정수요가 간과되었으리라는 것이다. 실제로 수도 이전의 경우 5년 동안 1조원만 배정했을 뿐이다. 그리고 정부가 집중적으로 재원을 투자하는 부문이 있으면 대폭 삭감해야 하는 부문이 분명 있을진대 과연 이해당사자들의 저항을 물리치고 이러한 삭감이 가능할까 하는 것도 관건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국가재정운영 계획이 설득력을 얻기 위해선 재원 배분의 우선순위를 성장잠재력 확충에 좀 더 두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정부 여당이 지금처럼 앞장서서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게 아니라 경제 활성화에 정권의 명운을 걸어야 할 것이다.
나성린 한양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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