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북스]‘러시아 비즈니스’…러시아 ‘비즈事典’

  • 입력 2004년 9월 3일 16시 57분


코멘트
◇러시아 비즈니스/윤성학 지음/368쪽 1만8000원 아라크네

모스크바를 방문하는 한국인들은 깜짝 놀란다. 시내 곳곳에서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팬택의 광고판이 흔하게 눈에 띄기 때문이다. 붉은 광장에도 큼지막한 삼성 광고판이 걸려 있고, 유서 깊은 다리가 LG의 광고판으로 도배돼 ‘LG다리’로 불리기도 한다.

노무현 대통령도 이달 말 러시아를 방문하면 이를 보고 놀랄 것이다. 가전제품 시장에서는 삼성과 LG의 점유율이 50%를 넘어 아마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이런 활약상을 노 대통령에게 언급할지도 모르겠다. 노 대통령은 기업 역할이 매우 크다는 점을 절감하리라.

러시아의 경제가 살아나는 요즘 러시아 비즈니스에 대해 잘 정리한 책이 나왔다. 이 책은 러시아의 온갖 최신정보를 담은 자그마한 백과사전 같은 모양새를 갖추었다. 저자의 이력을 훑어봐도 책에 대한 믿음이 간다. 고려대에서 러시아문학을 전공했고 연세대에서 러시아 석유산업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러시아라는 화두를 붙들고 20여년간 내공을 쌓은 결과물이다.

소설처럼 재밌게 읽히는 말랑말랑한 부분과 통계수치 등이 나열된 다소 딱딱한 이론부분이 잘 어우러져 있다.

먼저 흥미진진한 부분을 보자. 러시아에서의 고급 접대는 주로 ‘바냐’라는 사우나에서 이뤄진다. 자작나무 가지로 몸을 두드리는 전신마사지를 받고 난 다음 보드카를 마시며 비즈니스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 꼬였던 대화가 술술 풀린다고 한다. 맥주에 보드카를 섞어 마시는 러시아식 폭탄주는 ‘요르시’라 부른다.

러시아인들을 사무실로 초청해서 상담을 벌일 땐 음료수, 차, 커피, 과자 등 먹을 것을 회의장 테이블 위에 충분히 놔둬야 한다. 그렇잖으면 푸대접을 받았다며 삐친다는 것이다. 보드카 술병은 마개를 따면 다 마셔야 한다. 술을 남기면 재앙을 남긴다는 뜻이다.

러시아는 현재 인구 1억5000만명에 옛 소련권을 포함하면 3억명의 거대 시장이다. 요즘 연평균 7%의 고도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구매력도 급증하고 있어 한국 기업들의 황금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소비재 제조기반이 취약해 외국 상품의 수입을 늘릴 수밖에 없다.

러시아 소비 전문잡지에 따르면 러시아 중산층은 여윳돈으로 의류 신발 가구 가전제품 순으로 구입한다고 한다. 자동차와 건축자재도 한국 기업이 주요 수출품으로 노려야 할 품목. 한국산 초코파이와 오복간장은 러시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저자는 “러시아 하면 연상되는 마피아 문제, 무지막지한 세무 문제, 절대적인 행정권력, 복잡한 유통시장 문제 등을 풀어나가는 데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비즈니스 노하우로 제시한 △부정적 선입견과 막연한 기대를 버려라 △경찰과 부딪치지 말라 △마피아보다 무서운 세무서 △은행제도 이용법 △어느 날 마피아가 찾아온다면 등도 유용한 내용이다.

한국에서도 보드카를 어렵지 않게 살 수 있다. 초가을 밤에 보드카 한 잔 마시며 이 책을 읽으면 낭만도 느낄 수 있고 비즈니스 아이디어도 떠오르리라.

동아일보 편집국 부국장 chee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