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史 ‘맞대결’로 가나…한나라 ‘포괄규명’ 제안 새 국면

  • 입력 2004년 8월 19일 19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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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한나라당 당사에서 “과거사를 조사하는 사람도 검증돼야 한다”고 역설하는 박근혜 대표.- 연합
19일 한나라당 당사에서 “과거사를 조사하는 사람도 검증돼야 한다”고 역설하는 박근혜 대표.- 연합
《과거사 진상규명을 둘러싼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공방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열린우리당은 신기남(辛基南) 전 의장의 의장직 사퇴 이후 과거사 진상규명 의지를 더욱 다지고 있고, 이에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친북용공행위를 포함해 포괄적인 과거사 진상규명을 하자며 맞불을 놓았다. 이에 따라 과거사 진상규명의 방법과 대상 등에 관한 여야의 대결이 더욱 첨예화될 전망이다.》

▼반격 나선 한나라 “자유민주 파괴도 따지자”▼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제안은 여권의 과거사 청산 드라이브에 맞선 반격의 성격이 짙다. 19일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포괄적 과거사 진상 규명을 제안하는 박 대표에게선 강한 결의가 느껴졌다.

박 대표는 평소 회의에선 제일 마지막에 발언하지만 이날은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마이크를 잡았다. 또 자신의 발언에 다른 의원들이 과거사 진상 규명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강조하자 “간단히 하고 비공개 회의에서 논의하자”고 제지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여권이 친일 및 독재시대의 인권탄압에 초점을 맞춘 과거사 진상 규명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을 피하기보다는 정면으로 반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대응이라는 판단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이날 박 대표가 제기한 친북·용공 행위 논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이다. 또 포괄적 과거사 진상 규명을 역제안함으로써 “역사 바로 세우기 차원의 과거사 진상규명을 왜 반대하느냐”는 여권의 압박으로부터도 벗어날 수 있다는 계산을 한 것 같다.

박 대표는 19일 포괄적 과거사 진상 규명 제의를 하기 전 여의도연구소측과 이 문제를 깊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인 박형준(朴炯晙) 의원은 “제대로 역사적 정통성을 세우려면 건국 및 산업화 과정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발전시킨 역사관을 기초로 그간 이를 부정하고 파괴, 왜곡한 사례들도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고삐 죄는 열린우리 “親北조사 못할 이유없다”▼

신기남 전 의장 부친의 친일행적으로 인해 잠시 주춤했던 열린우리당이 19일 신 의장의 사퇴를 계기로 과거사 청산작업의 고삐를 다시 바짝 죄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이날 과거사 청산 대상에 친북 용공행위까지 포함시키자고 제안한 데 대해서도 “그럴 용의가 있다. 할테면 해봐라”며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이부영(李富榮) 신임 의장은 이날 첫 지도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신 전 의장의 뜻을 받들어 배전의 결의를 갖고 민주 개혁 평화세력의 역사바로세우기에 나서주기 바란다”면서 “친일청산 국가보안법 개폐 등 개혁작업은 당이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박 대표의 친북 용공세력 포함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많은 피해를 준 태풍 ‘메기’를 거론한 뒤 “내가 한강변에 살아서 아는데 메기는 참 사납다. 육식동물이고…”라며 박 대표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도 “신 의장의 사퇴에도 불구하고 과거사 진상 규명은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과거사진상규명 태스크포스 단장인 원혜영(元惠榮) 의원은 박 대표의 제의에 대해 “그럴 용의도 있다”며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이에 앞서 열린우리당은 18일 ‘과거사진상규명을 위한 태스크포스’ 첫 회의를 열어 15개에 달하는 과거사 관련 법안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기본법을 제정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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