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혁규씨와 ‘대통령의 선물’

  • 입력 2004년 5월 13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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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원인 김혁규 전 경남지사는 그제 “부산시장과 경남지사 보선에서 우리당 후보가 당선되면 (노무현 대통령이) 엄청난 선물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요직에 경남인들이 대거 포진하게 될 것”이라는 말도 했다. 한마디로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다.

김 전 지사측은 열린우리당 경남지사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한 격려성 발언일 뿐이라고 해명했으나 그 내용으로 보아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라고 본다. 도대체 대통령의 ‘엄청난 선물’은 무엇인가. 여당 후보를 당선시켜 주면 지역발전도 이루어지고 그 지역 사람도 많이 기용하겠다는 얘기가 아닌가. 그것을 부정하기 어렵다면 ‘지역주의 조장’ ‘불법 사전선거운동’ ‘사전 기부행위’ 등의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유감스러운 것은 국무총리 후보로까지 거론되는 인사가 구태(舊態)정치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발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지금은 대통령이 선거관련 발언으로 탄핵국면까지 온 상황이다. 이런 마당에 여당 실력자가 또다시 공명선거를 해치는 듯한 발언을 한대서야 어떻게 법치(法治)가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당장 국민에게 선거법을 지키라고 말하기조차 힘들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창당과 총선 과정에서 ‘지역주의 타파’를 소리 높여 외쳤다. 김 전 지사가 야당에서 여당으로 당적을 옮긴 명분도 그것이었다. 그런데도 보란 듯이 지역주의에 매달리고 있으니 겉 다르고 속 다른 행태가 실망스럽다.

김 전 지사는 자신의 ‘영남 재·보선 올인’ 행보가 국민의 눈에 어떻게 비치고 있는지 냉철하게 돌아봐야 할 것이다. 아울러 선거관리위원회는 김 전 지사 발언의 선거법 저촉 여부를 가려내 분명한 입장표명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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