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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2월 19일 19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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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충수업 학교에 맡겨야 ▼
그러나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보충수업은 희망자에 한해 실시한다고 하니 능력별 수업을 해도 되지만, 정규수업을 능력별 수업으로 진행하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내신 성적을 강화하면 고교교육이 정상화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신과외로 사교육비 증가의 요인이 될 뿐 아니라 동급생끼리의 무한경쟁으로 인해 인성교육의 기반마저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도 염두에 둬야 한다.
보충수업과 관련해 그동안 당국은 보충수업을 방과 후 과외활동으로 하거나 특기 적성교육으로 하라고 종용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조건을 붙이거나 토를 달아서는 안 된다. 이는 교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못하게 하고, 할 수 없는 일은 하라고 강요해 교사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이다. 학원과 경쟁해서 이겨야 하는데 그러자면 학교에 완전 일임해야 한다.
초등학교는 아동에 대한 최소한의 평가를 해 학부모에게 알려줘야 한다. 학교에서 평가를 해주지 않기 때문에 자녀의 학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 길이 없어 불안한 부모들이 학원을 찾는 것이다. ‘선지원 후배정’은 추첨에 의해 결정할 것이 아니라 고교 입시를 부활해 실시하되 근본적으로는 평준화정책 전반에 대한 심층적 검토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번 조치의 성공 여부는 교사들에게 달렸다고 본다. 일부 교사들은 여전히 학생들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고 있으나 평준화 30년에 교사들은 무경쟁 속에서 태만해지고 무책임해졌다.
지금 교사들은 세 가지 착각 속에 산다. 첫째는 학교는 전인교육을 하는 곳이니 입시위주 교육을 해서는 안 된다는 착각, 둘째는 입시위주 교육을 하지 않으면 인성교육이 된다는 착각, 셋째는 자율이란 이름으로 아이들에게 모든 것을 맡기면 스스로 알아서 할 것이라는 착각이다. 이런 착각 속에서 교사는 불신의 대상이 되고 교육의 중심축이 학교에서 학원으로 옮겨 갔다.
오늘의 학교를 들여다보면 교사들의 냉소주의, 부장교사들의 기회주의, 교감의 적당주의, 교장의 무사안일주의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는 그들만의 책임이 아니다. 그보다는 그들을 그렇게 만든 교원정책의 빈곤에 더 문제가 있다.
우수교사는 오히려 ‘왕따’가 되고 큰소리치는 사람이 우대받는 세상이다. 우수교사에 대한 인센티브제 도입은 감히 엄두도 못 낸다. 소신이 뚜렷한 교장이나 교감은 부러지기 쉽다. 교직단체의 우산 속에서 편의주의와 개인안보를 좇는 선생님들이 꽤 있다. 교직단체 스스로가 자정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것이 그들이 사는 길이고 우리나라 교육을 살리는 길이다.
▼우수교원 확보법등 검토를 ▼
교사 학부모에 의한 교사의 다면평가와 학교평가를 통한 교장평가제는 우리나라에서 뿌리내리기 쉽지 않다. 그보다는 차제에 교원자격증 제도를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당국에 교원 채용을 계약제로 할 용의가 없는지 묻고 싶다. 신규 교사부터 10년 기간의 자격증을 주어 발령을 내고 그 뒤 철저한 검증을 통해 재임용하되, 재임용된 교사는 파격적으로 우대한다. 항상 연구하지 않으면 교직사회에 있을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우수 교사 확보법을 제정하고 수습 교사제를 도입하여 교원정년 자체를 폐지하면서 연령과 상관없이 자질이 부족한 교원은 철저히 가려내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김진성 교육공동체시민연합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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