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카드 현금서비스 중단]고객 볼모로 勞使 주도권 싸움

입력 2003-12-23 18:50수정 2009-10-10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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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카드의 현금서비스 중단 사태는 30여시간 만에 일단 끝났지만 고객들은 상당한 불편을 겪어야 했다.

더욱이 현금서비스가 재개됐다지만 외환카드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된 것도 아니라는 분석이다.

이번 사태는 내년 2월로 예정된 외환은행의 외환카드 합병을 앞두고 외환은행 대주주 및 경영진과 외환카드 노조가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고 힘겨루기를 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애꿎은 고객이 볼모로 잡혔던 셈이다.

외환은행이 22일 외환카드에 유동성 지원을 중단한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분석이 많다. 외환은행은 23일까지도 “은행법에 따라 자회사에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의 10% 이상을 지원할 수 없고 이날 현재 지원 가능한 한도가 차 어쩔 수 없다”는 명분을 고수했다.

그러나 이준재(李峻宰) 동원증권 애널리스트는 “합병이 결정된 상태이므로 은행이 금융감독원에 지원 한도에 대한 예외 요청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외환은행 경영진 및 이 은행 대주주인 론스타는 19일부터 부분 파업에 들어간 외환카드 노조에 대해 강력한 경고를 보내는 것이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스스로 돈을 융통할 능력도 없는 외환카드 노조가 임금 인상과 합병 반대를 외치는 상황에서 자금을 더 지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들이 아버지의 말을 들어야 용돈을 주는 것이지 말도 듣지 않고 말썽만 피우는데 회초리를 드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외환카드 노조는 “정부의 정책 실패와 대주주의 경영 실패가 초래한 카드사 부실을 노동자에게만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명분으로 맞섰다.

외환은행은 노조로부터 파업 철회 약속을 받아내지는 못했지만 일단 노조를 압박한다는 목적은 달성됐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이런 대주주와 노조의 싸움 때문에 애꿎은 가입자만 피해를 본 것. 금융계는 외환카드의 하루 평균 현금서비스 이용액을 350억∼400억원으로 추산했다.

일단 카드 이용고객 251만여명에 대한 현금서비스가 다시 시작됨으로써 사태의 파장이 카드업계 전체로 번질 우려는 해소됐다.

그러나 서비스에 필요한 자금을 외환카드가 자체적으로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고 노조도 파업을 철회한 것이 아니어서 불씨는 계속 남아 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차지완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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