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발생 4일전 이상징후” 신고 묵살…조류독감 방역 허점

  • 입력 2003년 12월 22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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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독감 발생 지역이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공포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각 시도는 방역초소를 설치하고 방역약품을 구입하는 등 방역에 안간힘을 다하고 있으나 조류독감의 확산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형편이다.

또 행정 당국이 조류독감 신고를 받고도 늑장 대처한 사례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전남=순천 나주시 등지에서 조류독감 의심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더구나 조류독감이 발생한 충남 천안시 북면 부화장에서 새끼오리를 공급받은 농가가 나주시 16곳, 장흥군 11곳 등 14개 시군 87곳인 것으로 확인돼 전남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순천시 서면 정모씨(50)는 오리 4만2500여마리 가운데 3000여마리가 21일부터 콧물을 흘리거나 발작을 하며 몰사했다고 신고했다. 정씨는 천안시 북면 부화장에서 지난달 초부터 이달 10일까지 4차례에 걸쳐 새끼 오리를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충북=조류독감 최초 발생지인 충북지역에서는 21일까지 20개 농가의 닭과 오리 28만9000여마리를 매몰하고 22일에도 21개 농가 오리 26만1000여마리를 땅에 묻었다. 음성 진천군에 설치된 17곳의 방역초소에서는 통행 차량에 대한 소독을 실시하고 가금류의 반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경북=경주시 안강읍 양계농장에서 폐사한 닭들이 조류독감으로 판정나면서 불안감이 급속히 퍼지고 있다. 안강읍 육통리 이모씨(68) 양계장에서 2000마리, 같은 마을 전모씨(65) 양계장에서 5000마리 등 22일 현재 7000마리의 닭이 폐사했다. 이들 닭도 조류독감이 발생한 천안지역에서 공급받았다.

경북도는 조류독감 예방백신을 작업 인력 100여명에게 투약한 뒤 23일부터 닭과 오리를 도살 처분하기로 했다.

▽인근 시도도 비상=조류독감이 발생한 지역에 인접한 시도 역시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광주시는 22일 긴급 방역대책협의회를 갖고 시와 각 구청에 비상방역대책 상황실을 설치했다. 광주시는 조류독감이 발생한 나주시 산포면 농장과 10km 이내 지역에 있어 나주시로 통하는 길목인 광산구 동곡동과 남구 대촌동 등 2곳에 통제초소를 설치했다.

울산시는 인근 경주시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하자 울산시내 오리농가 134곳과 양계농가 482곳에 대한 긴급 방역과 사전 관찰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경기도는 음성군과 가까운 안성시와 이천지역의 방역을 강화했으며, 전북도는 익산 정읍시 등지 오리농가에서 혈청 검사를 실시하고 닭과 오리 도축장 등 5곳에 가축 방역관을 파견했다.

▽늑장 대처=충남도는 20일 천안시 북면 원종오리농장에서 조류독감 발생 사실이 확인되기 4일 전인 16일 한 농민으로부터 “농장 오리의 산란율이 5%가량 떨어지는 등 이상 징후를 보이고 있다”는 신고를 받았지만 이동제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충남도는 조류독감이 첫 발생한 음성군 오리농장에서 오리를 분양 받거나 이들 농장을 거쳐 온 사료운반 차량으로부터 사료를 공급받은 천안과 아산시 등지의 12개 오리농장에 대해 이동제한 조치 등을 취하지 않아 농민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순천=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음성=장기우기자 straw825@donga.com

천안=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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