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연합사 없는 용산기지 의미없다

  • 입력 2003년 11월 20일 18시 54분


코멘트
용산 미군기지에 있는 한미연합사령부와 유엔사령부를 오산과 평택으로 이전하려는 논의는 중단되어야 한다. 한미 양국이 이미 용산에 주둔 중인 7000여명의 미군 가운데 6000여명을 한강 이남으로 이동배치하기로 합의한 마당에 연합사와 유엔사까지 옮긴다면 사실상 용산기지는 문을 닫는 셈이다. 미군기지의 완전 반환이 목표라면 모르지만 부분 반환을 위한 연합사와 유엔사 이전은 주한미군의 존재 이유를 크게 훼손하는 잘못된 선택이다.

예하부대는 물론 사령부까지 주한미군 전체가 한강 이남으로 이동하면 주한미군의 전쟁억제력과 서울 방위 의지에 대한 신뢰는 급격히 무너질 수밖에 없다. 미국은 주한미군 재배치가 오히려 전쟁억제력을 강화한다고 강조하지만 잠재적 전쟁 상대인 북한에서 자꾸 멀어지는 미군을 불안하게 바라보는 한국인이 많다.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보낼 우려도 있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목표는 전쟁억제이지, 전쟁이 일어날 경우를 상정한 효과적 대응이 아니다. 그러자면 주한미군은 북한에 전쟁억제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한국 국민의 우려를 외면하는 미군 재배치는 한반도 안정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미 양국이 잔류기지 면적을 놓고 다투다 연합사 이전 방안이 제기된 것도 한심하다. 미측은 주한 미 대사관 및 직원 숙소 건축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더 많은 땅을 요구하며 이전 카드를 내밀었고, 한국은 잔류기지 확대에 반대하며 이전 수용 의사를 보였다고 한다. 주한미군의 상징성을 몇만 평의 땅과 바꾼다는 말인가.

더구나 미국은 덕수궁 옆에 대사관과 직원 숙소를 지으려는 계획을 수정해 대사관 신축만 원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문제가 처리되면 실마리는 풀린다. 미 대사관 건축은 정부의 약속이기도 하다.

정부는 큰 틀에서 용산기지 문제를 보아야 한다. 연합사 이전이 한반도의 안정과 외국 투자자의 동향에 미칠 악영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연합사와 유엔사는 당분간 서울에 주둔하는 것이 옳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