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그게 이렇군요]내년 총선 '신인 대란' 예고

  • 입력 2003년 11월 16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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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들의 대란(大亂).’ 내년 총선의 주요 변수 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정치신인들의 대거 출전을 들 수 있다. 기성정치의 부패구조에 대한 유권자의 혐오와 변화 희구심리, 신(新)4당 체제에 따른 이합집산과 3김식 통제력의 해체, 국민경선 바람 등이 맞물리면서 ‘새정치’를 기치로 내세우고 있다.운 정치예비군들로 표밭이 벌써부터 후끈 달아올랐다.》

▼표밭 조기과열…광주 동구 출마희망자 벌써 20명 넘어▼

광주 동구의 경우 출마 희망자가 20명 선에 이르고 성남 수정구도 모두 19명이 출마의사를 밝히는 등 전국적으로 10여명이 넘는 출마자가 뛰고 있는 지역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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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경우도 평균경쟁률이 8 대 1을 넘어서는 등 전국 227개 선거구에서 총 2000여명에 이르는 후보자들이 뛰고 있다.

경쟁도 조기 과열되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내년 총선과 관련, 16일까지 1469건의 선거법 위반 행위를 적발해 고발 수사의뢰 조치를 한 상태다. 이는 16대 총선 전해인 1999년 11월까지의 적발 건수(484건)에 비해 세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

▼출사표 봇물…“중진 용퇴”내세우며 당내투쟁 돌입▼

민주당의 경우 최근 열린우리당과의 ‘개혁경쟁론’이 확산되면서 다선 중진 용퇴론과 호남지역 세대교체론을 내세운 신인들이 당내투쟁 무대를 기회로 활용하는 양상이다. 호남지역에서 출마를 준비 중인 구해우 전 민화협청년위원장(광주 동구), 김현종 전북도지부 부지부장(전북 완산), 신현구 전 한화갑대표특보(광주 서구), 정은섭 변호사(전남 여수) 등은 15일 광주에서 회동한 데 이어 이번 주 초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세대교체론’을 본격 제기할 예정이다.

민주당의 분당에 따라 한솥밥을 먹던 현역의원과 생사를 겨루는 신인들도 속출하고 있다. 경기 안산 단원의 우리당 천정배 의원과 민주당 민영삼 부대변인은 전남 목포고 선후배 사이이자 대선 때 정치개혁추진위원회 총괄간사와 부대변인으로 호흡을 맞추던 사이다. 광주 남구의 경우 민주당 강운태 의원과 한때 호흡을 맞췄던 정동년 전 남구청장이 우리당 후보로 출마할 예정이다.

▼홍보전 백태…무료침술, 봉사활동, 얼굴알리기 총력▼

신인들은 “얼굴을 알려야 산다”며 갖가지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경북 구미에 한나라당으로 출마준비 중인 허성우 밝은세상 봉사단장은 최근까지 매주 일요일 전국의 침구사들을 기차로 현지에 집결시켜 동네별로 무료침술 봉사를 실시해 지역 행사장에 가면 기관장들을 제치고 박수를 받는 위치를 확보했다.

서울 마포을에 민주당으로 준비중인 유용화 지구당위원장은 망원동 상습침수지역에 방역소독을 직접 하는 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강서을에 민주당으로 출마준비 중인 김철근 전 국회정책연구위원은 찜질방에서 자신을 찾는 안내방송이 나오도록 해 이름 석자를 알리는 비법을 쓰고 있다.

송파갑에 우리당으로 출마 준비 중인 안동일 전 개혁당 대변인은 전자정부의 개념을 지역정치에 접목해 인터넷을 활용한 민원처리 및 선거운동 준비에 힘을 쏟고 있다.

한나라당의 진영 용산지구당위원장은 매일 아침 수영장으로 출근해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두 곳의 수영장에서 주민들과 직장인 및 ‘아줌마부대’와 살을 부대끼고 인라인스케이트 동호회에도 가입해 젊은 층 공략에도 나서고 있다.

충북 제천-단양에 출마준비 중인 정찬수 전 한나라당 부대변인은 부인의 성가대 활동과 바자 등을 ‘밀착보좌’하며 주부층에 얼굴을 알리고 표심을 파고들고 있다.

광주 북을에 출마준비 중인 최진 경희대 겸임교수는 청와대 근무경험을 토대로 펴낸 저서 ‘대통령의 리더십’ 이름을 딴 연구소를 현지에 개설, 대대적인 기념세미나를 연 데 이어 전국 대도시에 체인점식 연구소를 열어 전국을 네트워크하면서 여론주도층을 파고드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경기 일산을에서 뛰고 있는 김우석 일산희망포럼 대표(한나라당)는 식당에만 가면 반드시 주방부터 먼저 찾는다. 주방에 있는 아줌마와 주방장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서다. 또 아파트 단지로 들어서면 관리사무소로 먼저 향한다. 아파트 관리인들에게 얼굴을 알리기 위해서다.

신동철 한나라당 부대변인(대구 남구)은 재래식 시장을 자기 집 드나들 듯 하고 있다. 매일 오후2시가 되면 지역구내 시장을 찾는다. 서민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다보면 훌쩍 3시간이 넘는다. 신현구 희망정치포럼 대표(광주 서구)는 지역 현안에 관한 내용의 신문 기고를 통해 얼굴을 알리고 있다.

이윤수 국회 예결위원장은 “나도 원외지구당위원장 시절 테이프 커팅 행사 때는 흰 장갑과 가위를 갖고 가서 줄에 끼어선 뒤 남들이 커팅하기 전에 먼저 가위로 자르는 방법까지 썼다”고 소개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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