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기운차린 거인 “누구든 덤벼”

  • 입력 2003년 8월 20일 17시 34분


《‘부산 갈매기’ 열창을 다시 한번 들을 수 있을까? 프로야구 롯데는 지난해까지 2년간 꼴찌를 한데 이어 올해도 7위에 10경기 차이로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부진한 성적 탓에 ‘야도’ 부산의 사직구장은 텅텅 비어 찬바람만 분다. 결국 롯데구단은 15연패의 책임을 물어 백인천 감독을 해임하고 ‘대타’로 프랜차이즈 스타 김용철 수석코치(사진)를 감독대행에 임명했다. 김대행은 84년 타격 3위(타율 0.327)에 오르며 팀에 첫 챔피언 트로피를 선사한 부산 지역구 스타다. 김용철 대행체제 발진은 일단 성공. 백감독 시절 23승66패3무로 승률 0.258이던 것이 김대행 출범이후 5승6패로 승률 0.454로 급상승했다.》

똑같은 선수들인데 이처럼 달라진 이유는 뭘까.

김용철 감독대행은 “내가 무슨 묘안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고 선수들에게 야구를 열심히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준 것 뿐”이라고 계면쩍어했다. 카리스마가 강한 백인천 전 감독(60)은 선수들이 어려워해 불만이 있어도 말을 잘 하지 못했지만 자신은 열린 마음으로 선수들을 대한다는 것. 김감독대행은 지휘봉을 잡자마자 선수들에게 ‘염색을 해도 좋다’고 인심을 썼다. 비록 빨간색 보라색 등 너무 튀는 색깔은 곤란하다는 옵션을 걸었지만 예전의 롯데 분위기에 비춰봤을 때 그야말로 파격적인 조치.

김감독대행 체제 출범이후 선수단의 분위기는 놀랄 만큼 달라졌다.

15연패를 당하던 당시 라커룸에서 소곤소곤 조용히 얘기하던 선수들은 김대행이 나선 지난 6일과 7일 한화와 SK에 연이어 패배를 당했지만 큰소리를 내며 껄껄 웃기까지 했다. 한마디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변한 것.

김감독대행은 “(선수들) 분위기는 이제 제 궤도를 찾았다. 이제부터 이기기만 하면 된다”고 장담한다. 김감독대행이 전략적으로 신경 쓰는 부분은 마운드. 롯데는 실제로 하반기에 들어서 로테이션이 따로 없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마구잡이로 투수들을 올렸다. 김대행은 감독대행에 오른 첫날인 6일 에이스 손민한(28)을 두 달 만에 1군에 올렸다. 이밖에도 박석진(31), 강민영(22), 문동환(31)도 서둘러 1군에 복귀시켰다.

“그동안 너무 무기력하게 투수진이 무너져 놓친 경기가 한둘이 아니다. 근성있는 야구를 위해 투수진의 물량작전이 필요하다”는 게 김대행의 생각. 지난 19일 LG전에서도 김대행은 5명의 투수를 투입해 2-0 완봉승을 만들어냈다.

김대행은 “한경기에 투입되는 투수 인원은 많지만 투구 수는 많지 않다. 상대타자들을 철저히 분석해 원포인트 승부가 많다”고 말했다.

김감독대행은 탈꼴찌에 대한 욕심도 버리지 않았다. “감독대행이 됐을 때 처음 생각한 것이 ‘욕심을 버리자’였지만 탈꼴찌에 대한 욕심까지 버린 것은 아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전 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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