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장영수/특검 문제, 正道를 따르라

  • 입력 2003년 6월 22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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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연말은 아니지만 요즘 우리는 다사다난(多事多難)이란 말이 실감나는 시절을 보내고 있다. 북핵 문제가 가슴을 졸이게 하는가 하면, 경제 문제는 많은 사람들의 이마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내의 개혁신당 논의를 중심으로 난기류가 흐르고 있는가 하면, 노무현 정부의 출범 이후 이른바 개혁과제들을 둘러싼 논란도 혼미 양상이다.

그런 가운데 최근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을 둘러싸고 또 다른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이에 대해 찬반의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민들 사이에서도 특검 수사의 기간 연장에 대해 다양한 견해가 대두되고 있다. 이처럼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에 대한 논란이 뜨거운 것은 그만큼 특검 수사의 대상이 민감하고, 이 문제에 대한 처리 결과가 미칠 파장이 크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중단땐 잃는게 더 많아 ▼

청와대에서 이 문제를 ‘뜨거운 감자’로 느끼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특검 수사가 어느 정도 가시적 성과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중단시킬 경우에는, 결국 정치적 고려에 따라 공정한 수사를 억압한 것이라고 평가될 것이며, 그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특검 수사기간을 연장해 곤혹스러운 수사 결과가 나올 경우 지게 될 정치적 부담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이 문제를 두 가지 정치적 부담 가운데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로 이해하는 것이 정당할까. 이와 관련해 우선 강조되어야 할 점이 있다. 대북 송금에 대한 특검 수사 결정은 문제의 사안에 대한 수사의 유무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수사 주체를 결정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특검이 수사를 맡게 된 것은 (정치적 판단이나 결정에 대해 사실 확인을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대북 송금과 관련된 여러 위법행위의 의혹이 있었고, 이와 관련해 검찰의 수사가 공정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특검을 통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수사를 확보하고자 했던 것이다.

따라서 특검법을 통한 특검 수사가 행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 문제에 대한 수사의 주체가 검찰로 바뀔 뿐이지 수사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 것은 결코 아니다. 만일 검찰이 이 문제에 대한 수사를 회피하거나, 정치권의 입맛에 맞도록 수사의 범위와 강도를 조절한다면 노무현 정부의 개혁정책 중 가장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되는 검찰개혁도 물거품이 될 것이다.

애초에 특검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 검찰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적 비중이 큰 사건을 검찰에 맡기는 것은 검찰 자신에게도 엄청난 부담이 될 수 있었으며, 설사 검찰이 공정한 수사를 한 경우에도 국민이 이를 신뢰하지 않을 우려가 컸기 때문에 특검제도가 이용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면 이제 특검을 중단시키고 다시 사건을 원점으로 돌려 검찰에서 수사하도록 한다면, 거기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과연 검찰이 정치권의 영향을 완전히 벗어나 객관적이고 공정한 수사를 할 수 있을 것인가. 검찰의 수사 결과가 특검과 같은 것이 될 경우에는 굳이 특검의 수사를 무리하게 중단시킬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수사 결과가 달라질 경우 그러한 수사 결과는 물론, 수사의 주체인 검찰을 국민이 믿을 수 있겠는가.

▼검찰 넘어가면 국민신뢰 의문 ▼

물론 특검법상 특검의 수사기간이 한정돼 있고, 그 연장 여부에 관해서는 대통령이 판단할 권한을 갖고 있다. 그러나 특검 수사의 진척이 없거나 수사의 공정성이 문제되는 상황도 아닌데 단지 특정인 또는 특정집단을 보호하기 위해 수사를 중단시킨다면, 그 의도의 정당성은 물론 그러한 의도가 제대로 관철될 수 있을 것인지도 의심스럽다.

중대한 문제들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이 문제의 올바른 해결도 결국은 정도(正道)를 따르는 데서 찾을 수 있다. 다만 정도를 따르는 것도 때로는 큰 용기를 필요로 하며, 여기서 국민은 노 대통령의 용기를 믿고 싶은 것이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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